비너스가 아닌 진짜 여성…'시대의 위선' 벗겨낸 최초의 누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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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3
이명옥의 명작 유레카
프란시스코 고야 '벌거벗은 마하'
예술과 외설 사이,
종교재판정에 오른 누드 스캔들
신화 속 여신들의 누드화는 즐기며
현실 여성의 몸은 음란하다 여겼던
종교적 엄숙함과 예술적 관념 비판

19세기 거장으로 평가받는 고야가 남긴 유일한 누드화이자 회화 역사상 최초로 실존하는 여성의 나체를 그렸다는 것, 베일에 가려진 신비한 모델의 정체, 스페인 종교재판소에서 음란물 판정을 받은 것 등이 대중의 호기심을 증폭시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누드화가 됐다. 그럼 ‘벌거벗은 마하’를 감상하면서 스캔들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나체 여성이 녹색의 긴 벨벳 소파 위에 누워서 유혹하는 눈빛으로 관객을 응시한다. 여성은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두 팔은 머리 뒤로 돌려 팔베게를 한 자세를 취했다. 그런 자세로 인해 여자의 젖가슴이 꽃잎처럼 양옆으로 벌어지고, 가는 허리와 풍만한 엉덩이, 육감적인 허벅지가 만나는 S라인의 몸매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 그림은 서양미술사에서 최초로 여성의 체모를 묘사한 누드화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체모 묘사는 이상적 미의 상징인 누드를 동물적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음란 행위였다. 체모는 동물성, 퇴폐, 불결함, 타락한 성욕을 의미했다. 현실 속 여성 나체를 음란물로 대하는 사회적 거부감을 의식한 화가들은 누드화를 그릴 때 인간적인 흔적을 제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았다. 천이나 손, 다리를 꼰 자세를 통해 체모를 가리거나 없는 듯 매끈하게 붓질했다.그런 시절에 고야는 후세의 학자들이 “에로틱한 거짓과 위선적인 누드화의 종말” “환상이라는 베일에 가려진 우리의 시선을 벌거벗은 인간 세계로 끌어 내린다”고 극찬한 혁신적 누드화를 창조해 큰 충격을 줬다. 더욱 놀랍게도 ‘벌거벗은 마하’와 한 쌍을 이루는 ‘옷을 입은 마하’를 또 한 점 제작해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여자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런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감히 나체 모델을 섰던 여성은 누구일까? 미술사를 통틀어 이 누드화만큼 모델의 정체를 밝히려는 시도가 많았던 적도 없었다. 그림의 주인공을 둘러싼 다양한 추측과 숱한 논란 끝에 고야의 연인 알바 공작부인, 고도이의 애첩 페피타 튜도, 둘 중 한 여성으로 추정되고 있다.두 그림이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에 정착할 때까지 겪었던 파란만장한 여정도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데 영향을 미쳤다. 스페인 정부는 권력을 빼앗긴 고도이가 프랑스로 망명한 이후 수천 점에 달하는 그의 소장품을 몰수해 보관실에 방치했다. 1813년 ‘벌거벗은 마하’는 외설물 혐의를 받은 다른 그림들과 함께 종교재판소에 압수됐다. 그림이 압류되는 과정에서 고도이의 소장품 목록에 ‘고야, 집시여인’이라고 적혀 있던 원래 제목이 ‘벌거벗은 마하’로 바뀌게 된다. 마하는 스페인어로 성적 매력이 넘치는 멋쟁이 여성을 뜻한다.
사비나미술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