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일상회복 '유턴'…전문가들 "확산세 꺾기엔 역부족"(종합)

하루 확진자 5천명 안팎+오미크론 변이 유입에 방역 강화 필요성↑
일상회복지원위 내서도 방역패스 둘러싸고 의견 분분…절충안 마련
전문가들 "밀접접촉 줄이는 효과는 작아…국민 행동 바꾸는 신호 역할해야"
코로나19로 멈췄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조치가 나왔다. 신규 확진자가 사흘 연속 5천명 안팎을 기록하고,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유입돼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그간 느슨해졌던 방역의 고삐를 다시 조였다.

정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수도권 6인, 비수도권 8인으로 제한하고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는 등의 방역조치 강화 방안을 결정했다.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부는 앞으로 4주간 방역의 둑을 탄탄히 보강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일상회복 자체를 잠시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이러한 조치가 "큰 틀에서 비상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현행 수도권 10명, 비수도권 12명에서 4명씩 줄였다.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하기 직전인 10월 말 수도권 8명, 비수도권 10명(미접종자는 4명씩) 제한보다도 강화된 조치다. 식당·카페를 포함한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접종완료·음성확인제)를 적용하되, 1주일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 방역 강화 방안은 오는 6일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4주간 시행한다.

청소년 방역패스는 이달 중순부터 청소년에 대한 1차 접종을 집중적으로 시작한다는 일정을 고려해 만 12∼18세를 대상으로 내년 2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천944명, 위중증 환자는 736명으로 집계됐다.

12월 들어 신규 확진자는 1일 5천123명, 2일 5천266명 등 연일 최다치를 기록했다.

이날 4천944명은 역대 3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위중증 환자는 지난달 30일부터 661명, 723명, 733명, 736명으로 연일 최다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특히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 확진자가 증가해 위중증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는 코로나19 중증 병상 포화로 이어져 의료 대응 체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수도권의 코로나19 중증 병상 가동률은 전날 오후 5시 기준 88.1%로 90%에 육박한다.

이날 0시 기준 수도권 병상 대기자는 902명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도 79.2%로 80%에 근접한 중증 병상 가동률을 기록 중이다.

재택치료 중인 환자는 이날 0시 기준 1만2천396명이다.

의료인력이 부족하고 현장에 투입된 의료진의 피로도 가중되고 있어 병상 가동률을 더 높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해 방역 위기감은 더욱 높아졌다.

이날 0시 기준 국내에서 확인된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6명이며, 이 가운데 2명은 국내에서 감염됐다.

지역사회에 연쇄적인 전파가 이미 시작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자 의료계에서는 사적모임 제한 등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자영업자의 고충 등 사회·경제적인 영향을 고려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도 거리두기 강화 방안이 논의됐으나 정부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반발 등 경제적 피해를 의식, 좀 더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룬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며 거리두기 재강화 등의 조치는 시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으나 더이상 결정을 미루면 방역 대응에서 '실기'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결국 정부가 뒤늦게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애초 방역의료 전문가들이 요구했던 좀더 강력한 거리두기, 즉 사적모임 제한 인원 대폭 강화, 이동 제한 등의 내용 대신 '방역'과 '경제'를 절충하는 선에서 방역 조치의 세부 수준을 결정했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의 방역의료 분과에서는 "현재 대응속도가 늦고 오미크론 변이 요인을 고려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번 조치에서는 빠진 영업시간 제한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제민생 분과에서는 "식당·카페 방역패스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제민생 분과에서는 청소년 방역패스를 둘러싸고 찬성·반대 입장이 대립했다.

그러나 방역의료와 자치안전, 사회문화 분과는 모두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에 찬성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조치가 폭증하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의 증가 추세와 속도를 보면 이 정도 대책으로는 사실 역부족"이라며 "사람들이 스스로 방역을 강화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국민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가 '더 강력한 거리두기도 검토했으나 여러 상황을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이 정도로만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메시지를 잘 전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이번 조치는 경각심을 주는 차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영업자분들을 고려하면서 국민에게 방역 지침이 바뀌었다는 시그널 주려고 한 절충안"이라고 평가했다.

천 교수는 "대부분 성인은 2차까지 접종했기 때문에 6명 규모 회식을 더 자주 할 수 있다"며 "24시간 영업시간 제한은 그대로고 (밤 12시 영업제한이 있는) 유흥업소도 운영되기 때문에 밀접접촉을 줄이는 데는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고령층의 백신 추가접종(3차접종)과 미접종자 접종이 빠르게 진행돼야 이번 조치의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 반장은 "이번 조치와 추가접종 등의 조치가 복합적으로 시너지를 내면 1∼2주 정도 뒤부터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