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술가의 기괴한 호박 그림, 홍콩 경매서 94억에 팔렸다

누군가에게는 기괴하고 징그러운 그림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100억원을 주고서라도 살 가치가 있는 걸작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현대미술가 구사마 야요이(92)의 '호박' 얘기다.

3일 크리스티 코리아는 지난 1~2일 양일간 진행된 총 4개의 경매에서 20억761만5000홍콩달러(약 3033억원)의 낙찰 총액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티 홍콩의 20/21세기 미술 경매 중 가장 높은 낙찰총액이다.
이번 경매에서는 작가 최고가 기록이 쏟아졌다. 구사마의 '노란 호박' 그림은 한화 약 94억5000만원에 팔려 작가의 경매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2013년 만들어진 130.3x130.3cm 크기 조각 작품 '노란 호박'은 84억원에 낙찰되며 조각 기준 작가 최고가를 다시 썼다. 경매 전부터 주목을 받은 장 미쉘 바스키아의 '도넛의 복수'는 1억6330만홍콩달러 (한화 약 246억7000만원)에 팔렸다.

김환기의 1964년작 'Moon on Mountain'은 한화 약 9억8000만원에 판매됐다. 이성자의 'Le vent en témoign'(1965)은 한화 약 8억5000만원을 기록하며 작가의 경매 최고가를 썼다. 단색화가 정상화의 1977년 작 'Untitled 77-8-12'는 낮은 추정가 한화 약 4억 6000만원에 나와 한화 약 8억 9000만원에 팔렸고, 박서보의 1975년 작 'Écriture No. 91-75'은 한화 약 5억3000만원에 출품되어 한화 약 9억1000만원에 판매됐다.

크리스티 홍콩 이브닝 경매 헤드인 재키 호는 "아시아 컬렉터의 안목과 취향이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며 "이번 경매를 통해 홍콩이 글로벌 미술시장 중심지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