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희귀병 앓는 제자들 15년째 사랑으로 돕는 보건 교사들

강원도보건교과연구회, 2007년부터 희귀난치병 학생 지원사업 펼쳐
229명에게 3억2천여만 원 나눔…"혼자가 아니라는 격려 가장 중요해"
희귀난치병을 앓는 학생들은 외롭다. 오랜 병원 생활로 몇 달씩 학교를 빠지는 일이 허다해지면서 집도, 병실도, 학교도 어느 곳 하나 안식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학교에 가더라도 친구들과 사이는 서먹하기 일쑤라 외로움은 아픈 몸을 뚫고 마음에까지 박힌다.

게다가 자녀가 희귀난치병을 앓는 가정 대부분은 경제적 부담이 무겁다. 사회적 시스템이 의료비는 어느 정도 지원해주지만, 그 밖에도 부담해야 할 비용들이 너무 큰 까닭이다.

아픈 학생의 외로움과 그 가정의 어려움을 학교 현장에서 지켜보던 강원지역 보건 교사들은 이 같은 현실에 함께 마음 아파했다.

공감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15년째 이어지는 '제자 사랑 희귀난치병 학생 지원사업'의 시작이었다.
도내 정규 보건교사 400여 명으로 구성한 강원도보건교과연구회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통해 건강한 생활 습관을 형성하고 스스로 건강관리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연구, 지원하는 단체다.

이들은 희귀난치병을 앓는 제자들이 아픔을 극복하고 빨리 학교로 돌아와 예전처럼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작은 정성이나마 희망을 주고자 2006년부터 지원사업을 준비했다. 나눔의 마중물이 될 기금 조성이 가장 급했다.

회원들은 바자 등 행사를 열어 각종 수공예품과 특산품을 팔았고 수익금과 자발적 성금, 기관·단체·기업의 후원금 등을 모아 1억여 원을 마련했다.

이후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난치병을 앓는 학생 229명에게 총 3억2천30만 원을 꾸준히 지원했다.

지급 기준은 깐깐하지 않았다.

진단서와 담임·보건 교사의 추천서가 있으면 대부분 심의를 통과했다.

누구를 걸러내기에는 서류에 담긴 사연들 하나하나가 마음을 울려서다.

급성 백혈병으로 항암 치료를 받고 후유증이 와 배변 주머니를 차야 하는 학생부터 가족력으로 내려오는 난치병 때문에 신체 마비가 수시로 오는 아이, 수시로 발작을 해 정상적인 두뇌 발달이 어려운 어린이 등 각 사연의 무게는 너무 무거웠다.

더 마음 아픈 현실은 이런 학생의 가정 중 다수가 경제적 형편이 몹시 나쁘다는 것이었다.

연구회는 신청 학생 모두를 골고루 지원할 수 있도록 자발적 성금을 이어가고 있다.
학생 1명당 100만 원가량 돌아가는 금액이 그리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어루만지기에 부족함 없이 따뜻했다.

한 학부모는 "난치병에 걸린 자녀를 서울의 병원까지 통원 치료하느라 어려웠는데 조건 없는 지원을 받아 너무 감사했다"며 "이후 아이는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보건 선생님들께 꼭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연락을 드렸다"고 말했다.

다른 부모는 "아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 구매 등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힘들었는데 이런 지원은 어디에도 없었다"며 "너무 요긴하게 쓸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보건 교사들은 지원 사업을 통해 아픈 제자들에게 "혼자가 아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말한다.

고성 거진중학교 보건 교사인 엄정임 연구회장은 "학교폭력과 따돌림 등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부적응과 장애 등은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는 데 비해 희귀난치병을 앓는 학생에게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적 어려움보다는 정서적인 위축이 더 큰 문제"라며 "긴 입원으로 오랜만에 학교에 와도 서먹함과 소외감을 느끼는 학생에게 '우리가 너를 기억하며 응원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