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장산에 '그린파인 레이더' 기습 설치…시위대 4명 체포(종합)

공군, 7일 오전 6시부터 작업 강행…경찰과 주민 반대대책위 대치
공군이 7일 새벽부터 기습적으로 부산 해운대구 장산 정상 부근에 그린파인 레이더 설치 작업에 들어가자 인근 주민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7일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와 해운대구 등에 따르면 공군은 이날 오전 6시께부터 해운대 장산 공군기지에 그린파인 레이더 설치 작업에 돌입했다.

공군은 "남부지역 탄도탄 조기경보 능력 확대를 위해 부산에 위치한 부대에 레이더와 부수 장비를 아침부터 수송 중"이라며 "주민 안전을 위해 경찰 지원 아래 최대한 마찰 없이 안전하게 설치작업이 진행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군은 주민 반발 등을 고려해 관할 해운대구에도 레이더 설치 사실을 이날 오전 7시께 통보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 장산마을 주민들과 진보당 해운대구기장군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반대 대책위는 크게 반발하며 현장에 모여들었다.

반대 대책위 관계자는 "주민이 바라지 않는 레이더 설치를 강행하는 국방부를 규탄한다"며 "해운대구 주민들은 레이더 설치를 끝까지 반대하며 막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이날 오전 6시께부터 장산마을 인근에 13개 중대를 배치했다. 현장에서는 레이더 교체를 반대하는 미신고 집회와 도로 점거 시도 등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반대 대책위는 경찰과 크고 작은 충돌을 계속하며 대치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이 3차례에 걸친 해산명령에도 불응하자 시위자 4명을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된 4명에 대해서는 집시법 위반 등 관련법에 따라 신속하게 수사하고, 주동자 등 불법 행위 가담자도 추가로 사법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구 홍순헌 구청장은 이날 외부 일정을 모두 취소했고, 구청장 이하 담당 부서 직원들도 비상대기 중이다.

구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가 개입해야 할 상황이면 즉시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산에 설치되는 그린파인 레이더는 탄도 미사일을 탐지, 추적하는 역할을 한다.

공군은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레이더 전자파는 인체 무해하며 적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장비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공군이 지난달 25일 해운대구 해운대센트럴호텔에서 레이더 설치 주민설명회를 열었지만, 대책위는 설치 반대 의사를 밝히며 자리를 떴다.

해운대구와 해운대구의회, 지역 주민 등 30여 명은 지난 9월 충청권에 설치된 공군 그린파인 레이더를 방문해 공개 실측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으나 주민들은 전자파 측정 방식과 기종 차이 등을 지적하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레이더 장비는 장산 정상 부근까지 거의 이동을 마쳤으나 설치 작업을 완전히 끝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