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혐오표현 제한' 규정 넣기로…"면피용" 비판 여전

청년참여연대 "혐오표현 정의 명시 요구했으나 네이버가 회피"
댓글 공방 트래픽 유지 위해 혐오표현 방치한다는 비판도 나와
특정 집단을 차별하는 혐오표현을 '트래픽 장사' 때문에 내버려 둔다는 지적을 받아 온 네이버가 규정을 바꿔 이를 제한키로 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다른 플랫폼 업체들과 달리 '혐오표현'의 정의조차 명확히 하지 않고 있어 이번 조치가 '면피용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정보기술(IT)업계 등에 따르면 네이버는 오는 14일 게시물 운영정책 '다른 이용자의 존중'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개정 규정에 따르면 '게재가 제한될 수 있는 게시물'에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모욕적이거나 혐오적인 표현방식을 사용해 굴욕감이나 불이익을 현저하게 초래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또 '이른바 가짜 뉴스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심의를 거쳐 게재가 제한될 수 있다'는 기존 조항은 '이른바 가짜뉴스, 혐오표현 관련한 제한에 대해서는 KISO 정책규정의 언론보도 형식의 허위 게시물 관련 정책, 차별적 표현 완화를 위한 정책 부분을 참고할 수 있다'는 표현으로 변경된다.

네이버는 KISO 정책규정 웹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링크 연결도 했다.

네이버가 이처럼 규정을 개정키로 한 것은 혐오표현에 대한 이 회사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점이 계기가 됐다.
이에 앞서 9월 13일 청년참여연대는 혐오표현 게시물 규제를 네이버 이용약관에 명시할 것을 요구하며 네이버 측 입장을 묻는 공개 질의서를 발송했다.

청년참여연대가 7월 27일부터 8월 16일까지 '네이버 이용자 대상 혐오표현 노출 경험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6%(236명)가 '서비스 이용 중 혐오표현을 마주한 적 있다'고 답했다.

혐오표현에 노출됐다고 응답한 이들 중 75%(178명)는 네이버를 이용할 때마다 '거의 항상' 혐오 표현을 접한다고 응답했다. 이번에 네이버가 청년참여연대 요구 등을 고려해 규정을 개정키로 했다고 밝히긴 했으나, 이 단체는 네이버가 '혐오표현의 정의'조차 명시하지 않는 등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단체는 '혐오표현' 개념을 국가인권위원회 정의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명시할지 여부 등을 공개 질의했으나, 네이버는 이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혐오표현을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으로 정의하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글로벌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인권위 정의에 부합하는 수준의 혐오표현을 이용약관에 정의하고 있고 카카오도 2019년 이용약관에 비슷한 수준의 증오발언 정의와 제재 조항을 명시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규정 개정안에도 'KISO 정책규정의 차별적 표현 완화를 위한 정책 부분을 참고할 수 있다'고만 했을 뿐 혐오표현 정의를 게시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혐오표현이 포함된 댓글 공방으로 트래픽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네이버가 이를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내놓고 있다.

청년참여연대 관계자는 "사후 규제인 KISO 정책보다 우선하는 네이버 이용약관에 혐오표현 정의를 명시할 것을 요구했지만 '특정집단 대상 혐오적인 표현방식'과 같이 뭉뚱그려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약관에 흩어져 있던 규정을 모아 규제 내용을 더 명시적으로 기재한 것"이라며 "혐오표현 규정은 KISO 정책을 참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