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바다세상Ⅲ](45) 입맛 잃는 겨울엔 부드럽고 매콤한 아귀찜

사시사철 맛볼 수 있지만 통통하게 살 오른 겨울이 제철
맛도 영양도 잡은 아귀, 회·수육·전골 요리법도 다양
입맛이 떨어지기 쉬운 겨울철 매콤한 음식이 당길 때가 있다. 그럴 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귀찜 한 접시 어떨까.

매콤달콤한 양념에 부드러운 아귀 살을 맛보면 도망간 입맛도 돌아오기 마련이다.

아귀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어획되는 어종이다. 부산에서는 기장, 다대포 일대에서 잡히는데,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2월부터 3월까지가 가장 맛있다.

이즈음에 아귀가 많이 잡히기도 하지만 산란기를 앞두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다.
아귀는 다소 특이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과거에는 어부들이 그물에 걸린 아귀의 흉측한 외모를 보고 운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바다에 돌려보내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큰 입이 눈에 띄어 불교에서 굶주린 귀신을 의미하는 '아귀(餓鬼)'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흉측한 외모와 달리 아귀는 건강에는 매우 이로운 생선이다. 지방질과 콜레스테롤이 적은 저칼로리 음식인데,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특히 쫄깃한 껍질은 콜라겐 성분으로 피부 건강에 탁월하다.
아귀 요리 중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음식은 아귀찜이다.

마산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아귀찜은 어부들이 가져온 아귀에 된장, 고추장, 콩나물, 등을 섞어 쪄서 만든 것이 시초가 됐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마산은 반건조 아귀를 사용하고 경기는 생아귀를 쓰는 등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제철 맞은 아귀를 만나기 위해 부산 한 아귀찜 식당을 찾았다.

싱싱한 콩나물과 함께 푸짐하게 나온 아귀찜을 보니 맛보기도 전에 입에 침이 고였다.

흰 쌀밥 위에 올린 매콤한 양념과 아삭한 콩나물, 오동통한 아귀 살은 환상의 조합을 이뤘다.

두툼한 살은 부드럽게 씹혔고 콜라겐이 많다는 껍질은 쫀득하고 탱탱해 입안에서 맛있게 늘어졌다.

절반쯤 먹었을 때 감자로 만든 사리를 추가해 화룡점정을 찍었다.

쫄깃한 사리에 매콤달콤한 양념이 더해지니 별도의 새로운 요리를 먹는 듯했다.

20대 강모씨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식탁에 둘러앉아 다 같이 아귀찜을 먹은 추억이 있다"며 "매콤한 양념 속에 묻힌 미더덕을 씹으면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아귀는 찜, 수육, 전골, 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맛볼 수 있다.

이중 아귀 수육은 별미로 꼽힌다.

사시사철 맛볼 수 있는 아귀찜과 달리 아귀 수육은 겨울이 아니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50대 최모씨는 "별다른 양념이 첨가되지 않기 때문에 싱싱한 아귀를 써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며 "일식집에 가야 맛볼 수 있는 아귀의 간은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