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지역가입자 건보료 부과대상서 자동차 제외해야 하나

국회 입법조사관 "차는 생활필수품…소득 중심 부과 성격에 맞지 않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매길 때 부과 대상에서 자동차를 빼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 문심명 입법조사관(보건복지여성팀)은 16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형평성 및 공정성 제고를 위한 개선 방향'이란 현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문 조사관은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경우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뿐더러 예전에는 자동차가 사치품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보편적으로 보유한 생활필수품과 다름없기에 소득 중심의 부과 성격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동차가 전체 지역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낮다는 점에서 보험료 산정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보료 부과체계는 이원화돼 있다.

직장가입자에게는 소득(월급 외 소득 포함)에만 보험료율에 따라 건보료를 물리지만,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전·월세 포함)과 자동차에 점수를 매기고 점수당 단가를 적용해 건보료를 부과한다. 지역가입자에 대해 소득 외의 재산 등에도 보험료를 부과하게 된 것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소득구조가 다르고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데서 비롯됐다.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이 낮은 것은 납세자가 직접 사업소득이나 임대소득 금액과 비용을 신고하게 돼 있어 탈루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역가입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자영업자의 소득을 파악하기 어렵다 보니 소득을 추정하는 용도의 궁여지책으로 재산과 자동차를 보험료 부과기준으로 활용했다. 그렇게 하는 게 직장가입자를 위한 형평성 측면에서 더 공평한 것으로 판단한 점도 한몫했다.
건강보험제도가 1977년 상근 근로자 5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됐을 때 보험료는 직장인의 근로소득에 일정 비율을 적용해 부과할 수 있었다.

1988년 농어촌 지역, 1989년 도시 지역으로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자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 파악률이 낮다는 점을 들어 지역가입자의 부과 요소에 소득과 재산, 가구원 수를 포함했다.

그 후 1998년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으로 나뉜 건강보험 관리·운영체계가 통합되면서 종합과세소득 또는 평가소득, 재산 및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현재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는 소득(97등급), 재산(60등급), 자동차(11등급)를 기준으로 등급별 점수에 점수당 금액(201.5원)을 곱해서 산정한다.

세대별로 부과하기에 지역가입자 세대원 전원의 소득과 재산, 자동차를 포함한다.

소득 중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 공적연금은 연금액의 30%를 반영하고 있다.

재산(부동산)의 경우 500만원에서 1천200만원까지 차등 공제하고, 자동차는 차량가액 및 사용 연수에 따른 감액률을 적용한 후 산출한다.

직장가입자처럼 지역가입자의 건보료에도 상·하한선이 있는데, 2021년 기준 월별보험료의 상한액은 352만3천950원이고, 하한액은 1만4천380원이다.

2021년 6월말 기준 지역가입자의 부과요소별 보험료 비중은 소득이 2조7천22억 원(52.57%), 전·월세를 포함한 재산은 2조3천65억원(44.87%), 자동차 1천316억 원(2.56%)이다.

직장과 지역에 따른 이원화된 건보료 부과체계는 건보제도 도입 이후 수차례 수정과 보완을 거쳤지만,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형평성, 공정성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소득이 있는 곳에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원칙에서 봤을 때 소득과 무관한 지역가입자의 재산과 자동차에도 보험료를 부과하고, 소득 있는 피부양자가 직장가입자에 등재돼 무임승차하는 등의 문제점이 꾸준히 부상한 것이다.

결국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건보료 부과체계 단계별 개편안을 마련했고, 2017년 3월 국회에서 건강보험법을 개정·처리하고 하위법령을 손질해 2018년 7월부터 1단계 개편안을 시행 중이다.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안은 5년이 되는 2022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은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소득 있는 가입자에게는 부담 능력에 맞는 보험료를 산정· 부과하는 등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계적 추진 과정을 통해 소득 중심 부과체계를 목표로 지역가입자의 평가소득 폐지, 재산·자동차 보험료 비중 축소, 월급 외 소득부과 강화, 고소득 피부양자 요건 강화 등으로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면서 보험료 부과의 공정성·형평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지역가입자의 수용성을 보다 높이고 형평성을 증진하려면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에서 재산과 자동차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축소하거나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문심명 입법조사관은 "부과체계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건보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직장가입자와의 역차별성 소지, 소득 파악률 강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산 비중의 단계적 축소로 연착륙한 뒤, 종국적으로는 그 비중을 최소화하거나 제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접근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