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여론 압박에…윤석열 전격 '김건희 사과'(종합)

'팩트체크 후 사과' 입장서 선회…尹, 김건희 공개활동엔 부정적
"사실관계 인정없는 사과" 지적도…리스크 진화 미지수 속 등판시점 안갯속
추가 의혹 제기도…2003년 '삼성미술관 기획' 기록 없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이력 의혹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윤 후보는 17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후원금 모금 캠페인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과 입장문을 읽었다.

취재진에 사전 고지 없이 전격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윤 후보는 행사가 끝난 뒤 대기 중인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양복 안 주머니에서 A4 용지를 꺼내더니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읽었다.

윤 후보는 사과문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

그리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

죄송하다"라고 말하며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윤 후보는 입장문을 읽은 뒤 추가 질문을 받지 않았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백브리핑 형식이 아니라 공식 입장으로 사과문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김씨의 허위이력 의혹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지 사흘째인 이날 후보의 입을 통해 공식으로 사과했다는 뜻이다.

앞서 윤 후보는 경선 레이스 중인 지난 10월에도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가 이틀 만에 사과한 바 있다.

앞서 선대위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윤 후보가 허위 이력 의혹의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한 뒤 사과할 예정이라고 했었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 직접 여권의 '기획공세' 의혹을 제기하며 다소 격앙된 모습도 보였다.

그렇지만 하루 이틀 새 발표된 여론조사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역전되고 당 안팎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갈 조짐을 보이자, 입장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허위이력 의혹은 '공정'과 '상식'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은 윤 후보로선 예의주시하며 대처할 수밖에 없는 이슈다.

당내에서도 신속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 '이재명 검증 특위' 위원장인 김진태 전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허위이력 의혹의)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이제 상관없다고만 봐서는 안 된다"며 "종합적으로 잘못된 게 있으면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도 S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선 겸손한 자세로 확인 과정을 거쳐 늦지 않은 시간에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건희 씨를 위한 비단주머니가 따로 있느냐'는 질문에 "엄청 많다"면서도 "결국 윤 후보가 당에 들어와 활동한 게 4∼5개월 돼서 윤 후보가 당내 사람들과 융합하고 신뢰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씨를 위한) 비단주머니까지는 아니고, 저희가 후보자 가족에 대한 지원은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어제저녁에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어떤 건은 확인이 되고, 어떤 건은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저간의 상황을 쭉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보고를 받은 뒤 "너무 시간이 걸리겠다.

국민 정서상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한다면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다.

일단 현재까지 이런 상황을 초래하게 된 것 자체에 대해 일단 사과 말씀을 올리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이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윤 후보는 사과문 발표 직전 참석한 선대위 후보전략자문위원회 오찬에서도 이날 사과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여권의 공세 중 억울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도 많지만,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향후 선거운동 과정에서 김씨의 공개 활동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고 한다.
다만 윤 후보의 이날 사과로 '김건희 신상 리스크'를 완전히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권이 추가 공세를 예고한 데다, 윤 후보의 사과가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인정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추후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대변인단을 향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도 허위 이력 내용에 대한 사과인지, 전반적인 논란에 대한 사과인지 여부에 집중됐다.

이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가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고 했는데, 언제쯤 공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오늘 사과를 드린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허위 이력이라든지, 지금의 상황을 다 포함해 사과 말씀을 올린 것"이라고 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허위 의혹 관련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조치도 없어서 이번 사과로 여론이 잠잠해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추가 의혹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KBS 보도에 따르면 김씨가 2003년 8월 작가로 출품했던 전시회 도록에 실은 '삼성미술관 Portrate전' 기획 경력이 허위라는 의혹과 관련, "당시 삼성플라자(현 AK플라자 백화점 분당점) 내부 갤러리에서 전시를 했던 것"이라는 해명 역시 거짓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1976년부터 발행하는 문화예술사료집인 '문예연감' 편람을 KBS가 분석한 결과, 분당 삼성플라자갤러리에는 모두 28건의 전시회가 있었는데 '김명신'(김씨의 개명 전 이름)과 전시회인 'Portrate전'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가 2006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한국게임산업협회 재직증명서'에 찍힌 원형 도장이 사용인감이 아닌 법인인감이라는 JTBC 보도도 나왔다.

JTBC는 주로 통장을 개설하거나 사업 계약 같은 중요한 문서에 사용하는 법인인감을 재직증명서 발급에 사용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는 한 게임산업협회 전직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문제가 된 재직증명서는 게임산업협회 문서 양식과 다른 일련번호를 쓰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