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대화하자며 제재하는 美…종전선언 의사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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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 10일(현지시간) 대북 신규 제재를 했다.
리영길 국방상과 중앙검찰소, 4·26만화영화촬영소 등이 대상이었는데, 명분은 인권 탄압이었다. 특히 미국 재무부는 방북 중 체포돼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뒤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까지 소환하며 "책임져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을 최고의 기치로 내세워왔다는 점에서 하등 이상할 바 없는 조처였지만 문제는 시점이다.
북한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손짓하고,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와중에 불쑥 제재 카드를 던진 것이다. 외교를 대북 정책 기조로 정한 바이든 정부가 북미 대화를 시급하게 여기지 않거나, 종전선언에 선뜻 응할 의사가 없다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 대목이다.
미국은 대북 대화 제의 이후 북한을 견인하려는 조치에 소극적인 게 사실이다.
지난 8월 한미연합훈련도 규모를 축소했지만 미국의 강력한 요구로 예정대로 실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9월 종전선언 제안 이후 미 정부 내 셈법과 북한의 선(先) 적대정책 철회 요구로 방정식이 복잡해지면서 원론적인 언급만을 반복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 안보 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0월 말 "우리는 각각의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 또는 시기, 조건에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속내를 살짝 드러냈다.
물론 미국 당국자들은 한미 협의와 각종 브리핑에서 긴밀하고 생산적인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직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고위급 외교안보 라인이 총출동해 대미 협의에 나서며 종전선언 논의가 순조롭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런 협의에 대한 미국의 결과 성명에 종전선언이란 문구 자체가 없었다.
미국 정부의 입장이 부정적일 것이라는 기류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지난달 말 국립외교원 등 3대 국책연구기관 수장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포럼에서 종전선언 세일즈에 나섰지만, 홍현익 외교원장은 "미국이 적극적으로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미국은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 중 하나라는데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포럼에 참석했던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안보 문제는 미국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다는 게 걱정"이라며 종전선언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처럼 미 조야에서 종전선언에 부정적인 기류가 일부 감지되고 북한도 딱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터에 터진 대북 신규 제재는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선언 분위기를 조성할 의사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설리번 보좌관은 17일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간담회에서도 대북 관여 의향을 재차 밝히면서도 대북 제재를 계속 집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내내 이어지고 있는 중국과의 힘겨루기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러시아와도 우크라이나 문제로 각을 세우는 상황도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으로 올림픽을 종전선언의 계기로 삼으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은 일단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더욱 커졌다.
CNN은 17일 "북한은 현재 미국의 최우선 의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중국과 러시아, 이란 핵 현안으로 머리를 싸맨 미국이 새 이슈인 종전선언에 전력을 투입해 전선(戰線)을 확대할 여력이 없을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바이든 정부 들어 대북 제재 위반 사항인 탄도미사일을 여러 차례 시험 발사했음에도 미국이 이를 이유로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이른바 '중대 위협'이 아닌 한 현재로선 '현상 유지'가 최선이라고 미국 정부가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미 의회도 종전선언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종전선언 촉구 내용을 담은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이 발의한 한반도 평화법안에 민주당 하원의원 33명이 서명했지만, 공화당 하원의원 35명은 지난 7일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공동 서한을 백악관과 국무부에 보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미국과 한국에 초비상이 걸린 국면이다.
내년 3월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여야 대선 후보 간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차가 명확한 점도 미국 정부로서는 고려 대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의 징검다리를 놓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코앞에 닥친 대선과 미국을 둘러싼 세계 역학 구도, 전염병 대란이란 커다란 장벽을 마주한 셈이다.
/연합뉴스
리영길 국방상과 중앙검찰소, 4·26만화영화촬영소 등이 대상이었는데, 명분은 인권 탄압이었다. 특히 미국 재무부는 방북 중 체포돼 혼수상태로 미국으로 송환된 뒤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까지 소환하며 "책임져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을 최고의 기치로 내세워왔다는 점에서 하등 이상할 바 없는 조처였지만 문제는 시점이다.
북한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손짓하고,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와중에 불쑥 제재 카드를 던진 것이다. 외교를 대북 정책 기조로 정한 바이든 정부가 북미 대화를 시급하게 여기지 않거나, 종전선언에 선뜻 응할 의사가 없다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 대목이다.
미국은 대북 대화 제의 이후 북한을 견인하려는 조치에 소극적인 게 사실이다.
지난 8월 한미연합훈련도 규모를 축소했지만 미국의 강력한 요구로 예정대로 실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9월 종전선언 제안 이후 미 정부 내 셈법과 북한의 선(先) 적대정책 철회 요구로 방정식이 복잡해지면서 원론적인 언급만을 반복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 안보 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0월 말 "우리는 각각의 조치를 위한 정확한 순서 또는 시기, 조건에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속내를 살짝 드러냈다.
물론 미국 당국자들은 한미 협의와 각종 브리핑에서 긴밀하고 생산적인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직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고위급 외교안보 라인이 총출동해 대미 협의에 나서며 종전선언 논의가 순조롭다고 밝혔지만, 정작 이런 협의에 대한 미국의 결과 성명에 종전선언이란 문구 자체가 없었다.
미국 정부의 입장이 부정적일 것이라는 기류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지난달 말 국립외교원 등 3대 국책연구기관 수장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포럼에서 종전선언 세일즈에 나섰지만, 홍현익 외교원장은 "미국이 적극적으로 해줄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미국은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 중 하나라는데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미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포럼에 참석했던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한반도 안보 문제는 미국 행동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다는 게 걱정"이라며 종전선언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처럼 미 조야에서 종전선언에 부정적인 기류가 일부 감지되고 북한도 딱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터에 터진 대북 신규 제재는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선언 분위기를 조성할 의사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설리번 보좌관은 17일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간담회에서도 대북 관여 의향을 재차 밝히면서도 대북 제재를 계속 집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내내 이어지고 있는 중국과의 힘겨루기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러시아와도 우크라이나 문제로 각을 세우는 상황도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으로 올림픽을 종전선언의 계기로 삼으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은 일단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더욱 커졌다.
CNN은 17일 "북한은 현재 미국의 최우선 의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중국과 러시아, 이란 핵 현안으로 머리를 싸맨 미국이 새 이슈인 종전선언에 전력을 투입해 전선(戰線)을 확대할 여력이 없을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바이든 정부 들어 대북 제재 위반 사항인 탄도미사일을 여러 차례 시험 발사했음에도 미국이 이를 이유로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이른바 '중대 위협'이 아닌 한 현재로선 '현상 유지'가 최선이라고 미국 정부가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미 의회도 종전선언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종전선언 촉구 내용을 담은 브래드 셔먼 민주당 하원의원이 발의한 한반도 평화법안에 민주당 하원의원 33명이 서명했지만, 공화당 하원의원 35명은 지난 7일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공동 서한을 백악관과 국무부에 보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미국과 한국에 초비상이 걸린 국면이다.
내년 3월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여야 대선 후보 간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차가 명확한 점도 미국 정부로서는 고려 대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의 징검다리를 놓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코앞에 닥친 대선과 미국을 둘러싼 세계 역학 구도, 전염병 대란이란 커다란 장벽을 마주한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