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토] 수영복 대신 바지입은 미스 아메리카…한국계 왕관

한국계 미국인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열린 미스 아메리카로 뽑혔습니다.

주인공은 알래스카주 대표로 참가한 에마 브로일스(20).
꼭 100년이 된 미스 아메리카 선발 대회에서 한국계가 왕관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미스 아메리카로 자신이 호명되자 브로일스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라면서 감격의 눈물을 터트렸습니다.

브로일스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우리 가족, 특히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조부모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가족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다"고 가족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가 공개한 프로필에 따르면 아버지는 백인, 어머니는 한국계로 외가가 50여 년 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한국계 3세인 셈입니다.

브로일스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절반은 한국인, 절반은 백인으로 성장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라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도 "미국에는 정체성 문제를 겪는 이가 많은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스 아메리카와 같은 위치에 오른 것은 정말 특별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스 아메리카가 된 것은 이 대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완벽하게 보여준다"며 "미스 아메리카 대회는 사회 변화와 더불어 놀라울 정도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습니다.
미인대회가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을 받는 만큼 이번 대회엔 수영복 심사가 없어졌습니다.

대신 참가자가 바지를 입고 등장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브로일스도 "이번 대회에서 수영복 심사가 없어져 기쁘다"면서 "어떻게 보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브로일스는 발달장애인 스포츠 행사인 스페셜 올림픽에 중점을 두고 미스 아메리카로서 활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그의 오빠가 어린 시절부터 스페셜 올림픽 선수로 참가한 배경이 이런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그는 소개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브로일스가 솔직하고 당찬 대답으로 심사위원단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며 그의 우승을 이번 대회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습니다.

브로일스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강박 장애와 연관한 피부질환을 얻었다가 이를 이겨냈던 과정을 공개해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는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피부과 전문의를 꿈꾸며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대회에서 장학금 10만 달러(약 1억2천만원)를 부상으로 받았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