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광풍' 피해서 가자…반대편에선 '뜸들이기'로 맞서

롯데-손아섭·키움-박병호 협상, 올해 넘길 듯
벌써 '100억원 클럽'에 가입한 자유계약선수(FA)가 3명이나 탄생하는 등 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FA '광풍'이 가라앉길 기다리는 구단들의 '뜸 들이기' 작전도 난무하고 있다.

대표적인 구단이 롯데 자이언츠와 키움 히어로즈다. 롯데와 키움은 각각 구단을 대표하는 내부 FA 손아섭(33), 박병호(35)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다.

두 구단 모두 반드시 잡겠다고 천명했지만 서두르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장기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공통점이다. 올해 스토브리그는 외야수 '빅6'라고 불리는 나성범, 박건우, 김재환, 김현수, 박해민, 손아섭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연쇄 이동이 이어지면서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박해민이 삼성 라이온즈에서 LG 트윈스로 이적하며 4년 60억원에 테이프를 끊자 박건우가 두산 베어스 대신 NC 다이노스와 6년 100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박건우를 놓친 두산은 김재환 잡기에 총력을 기울여 4년 총액 115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뒤이어 LG가 주장 김현수와 4+2년 최대 115억원 계약을 발표했다.

'FA 최대어' 나성범은 올겨울 최고액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KIA 타이거즈행이 확실시되고 있다.

외야 '빅6' 중 5명이 모두 '잭폿'을 터트렸지만,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손아섭만은 예외다.

롯데는 정교한 타격 능력을 갖춘 손아섭의 가치를 인정하지만, 장타력과 수비력 약점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구단 내부적으로 정한 기준에 맞게 합리적으로 계약한다는 방침이다.

2019년 9월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 흔들림 없이 지켜온 기조다.

성 단장은 '오버페이' 없이 안치홍을 영입했고, 전준우를 잔류시켰다.

물론 롯데가 내년에 우승을 목표로 한다면 과감하게 투자에 나서겠지만 현재 전력으로 우승은 언감생심이다.

그런 측면에서 손아섭과의 협상에서도 '오버페이 불가' 기조는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롯데는 래리 서튼 감독과 계약을 1년 연장하며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잡겠다는 구단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롯데는 FA '광풍'이라는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손아섭과 협상에 임하고 있다.

손아섭에게 입질하는 다른 구단이 등장하지 않는 한 협상은 올해를 넘기며 장기전으로 치달을 게 분명해 보인다.
박병호와 키움의 협상도 제자리걸음이다.

박병호는 통산 홈런 327개를 때려낸 KBO리그 최고의 거포지만 최근 두 시즌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올 시즌에는 118경기에서 타율 0.227, 20홈런, 76타점에 그쳤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53명 중 타율이 가장 낮았다.

박병호는 FA C등급으로 분류됐다.

다른 구단 이적 시 보상 규모가 직전 시즌 연봉의 150%다.

보상 선수가 없다는 건 유리한 점이나 박병호의 올해 연봉은 15억원이다.

보상 금액만 무려 22억5천만원에 달한다.

'에이징 커브' 징후를 드러낸 데다 워낙 덩치가 커 이적 가능성이 크지 않은 박병호를 상대로 키움 구단은 협상에 뜸을 들이고 있다.

더군다나 키움은 모기업을 둔 다른 구단에 비해 구단 형편이 녹록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피해를 본 구단으로 꼽힌다. 키움은 박병호와 이달 초 처음 만난 이후 두 번째 만남은 FA 과열이 어느 정도 진정될 내년 1월로 예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