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현실, 눈보라 녹이는 순애보…영화 '청춘적니'

눈보라가 치는 중국 신장의 허허벌판. 풍력발전소 건설 노동자인 뤼친양(굴초소 분)이 측량을 하기 위해 눈밭을 헤치며 걷고 있다.

청혼을 앞둔 연인 링이야오(장정의)가 기차역에서 기다리고 있지만, 무망하게도 눈발은 점점 더 거세져 간다. 설상가상으로 통신마저 끊겨 휴대전화는 먹통이 되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시야는 탁해진다.

뤼친양은 10년을 사랑하고 3년을 떨어져 있던 연인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영화 '청춘적니'는 결혼을 앞둔 연인 링이야오와 뤼친양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위기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 영화다. 보기 드문 순애보가 눈물샘을 자극하면서도 이들이 겪는 현실적인 고민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두 사람의 사랑은 열일곱 고등학생 시절부터 시작됐다.

말썽꾸러기였던 뤼친양은 모범생 링이야오에게 첫눈에 반하고 전교생이 보는 방송에서 사랑을 맹세한다. 철없고 미성숙하지만, 그래서 더 순수한 그의 사랑은 성인이 돼서도 이어진다.

그러나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서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뤼친양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링이야오는 어엿한 대학원생이다.
난징에서 동거를 시작한 이들의 나날은 생활고의 연속이다.

중고 가전과 가구로 채워진 월 800위안(약 15만원)짜리 방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뤼친양은 링이야오에게 열심히 일해서 모두가 부러워할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짓고 있는 아파트에는 정작 자신을 위한 집은 한 칸도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저 아파트 분양 광고지를 품 안에 간직한 채 꿈만 꿀 뿐이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뒤 빚까지 짊어지게 되자 그의 박탈감과 절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집으로 날아드는 독촉장과 병원비조차 낼 수 없을 만큼 바닥난 통장 잔고를 보며 뤼친양은 신장의 새로운 일터로 떠날 결심을 한다.

링이야오에게는 더는 비참하게 사는 모습을 볼 수 없다며 이별을 통보한다.

다소 뻔한 스토리에 몰입이 되는 이유는 제아무리 대단한 사랑이라도 돈이 없으면 지켜낼 수 없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요즘 하나의 격언처럼 굳어져 버린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을 105분 내내 실감하게 할 듯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저 아파트를 쳐다만 볼 수밖에 없는 뤼친양에게서 우리나라 청년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뤼친양과 링이야오의 순정에 코끝이 시큰해질 것 같다.

어쩌면 비현실적인 사랑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래서 오늘날 더 필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1월 12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