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고 부지 가로지르는 도로 개설 추진…학교 측 반발

"실습시설 철거 불가피, 농업교육 약화 초래"…국민청원도 올라와

제주에서 고등학교 부지를 관통하는 도시계획도로 개설이 추진되자 학교 측이 반발하고 있다.
29일 제주고등학교와 제주시에 따르면 현재 1100도로와 월산정수장 입구 교차로를 연결하는 도시계획도로 개설을 위한 보상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1986년 도시계획도로로 확정 고시된 이 도로는 길이 1.8㎞, 너비 20m로 현재 노형오거리로 집중되는 차량을 분산시켜 교통 체증을 해소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한다.

2025년 준공 목표다. 문제는 이 도로가 제주고 부지를 가로질러서 난다는 것이다.

제주고 측은 교내 감귤원과 블루베리 재배시설 가운데로 도로가 지나가 학교 부지가 둘로 나뉘게 되는 데다 유리온실을 철거해야 하므로 실습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실습 시설 철거 또는 축소로 인해 농업계고 실습 교육이 크게 위축되며, 학생 안전이 위협받고 교육환경도 나빠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더욱이 부지가 물리적으로 분할돼 교육적 이용이나 관리가 어려워지고 결국 도로 남쪽 실습지는 사실상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자신을 제주고 졸업생이라고 밝힌 이가 쓴 '교내 관통 도로 개설 반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1천100여 명이 동의했다. 고영철 제주고 교장은 "2019년 교장 부임 후 이를 알게 돼 여러 차례 항의했는데 시에서는 '재검토해볼 수는 있겠지만, 이미 오래전 결정된 계획'이라고 답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고 교장은 "애초 도시계획을 수립하기 전 현장을 방문하고 학생 안전과 실습 교육 등에 대해 심사숙고했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계획이다.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고 교장은 "실습장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도로 개설로 학교 부지를 둘로 쪼개는 것은 결국 농업교육의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계획을 철회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