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어 하루 사는데"…코로나에 생계 막막한 일용직들

확진 숨기고 검사 피하기 일쑤…코로나 장기화에 인력 줄기도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기록한 31일 오전 3시 30분 서울 남구로역 앞.
올해 마지막 날 새벽에도 전국 최대 규모로 꼽히는 이곳 인력시장에는 두꺼운 패딩과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한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매일 일거리를 찾기 위해 모여든 수백 명의 일용직 노동자들과 이들을 태우려는 수십 대의 승합차들이 뒤엉키면서 일대 혼란이 연출되는 곳이다.

이날 연합뉴스 기자가 만난 노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 하루하루 생계가 막막하다고 했다.

지하철역 2번 출구 지붕 밑에서 찬 바람을 피하고 있던 건설직 노동자 김모(59) 씨는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데 코로나에 걸리면 일을 못 하게 되니까 생활에 큰 지장이 있다"며 "확진자가 발생한 현장은 공사가 정지되고 그 사람이 속한 팀도 일을 못 나온다"고 말했다. 몸이 안 좋아서 백신도 못 맞았다는 그는 "괜히 맞았다가 후유증으로 일을 쉬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마스크를 제대로 쓰고 2∼3일에 한 번씩은 검사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전 4시가 되자 한 인력업체 사무실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남구로역 인근 허름한 도장집 앞에 놓인 커피 자판기 주변은 찬바람에 빈속을 조금이나마 데우려는 이들로 금세 붐볐다.

40대 남성 성모 씨는 200원짜리 커피를 뽑아 기자에게 건네면서 "여기도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자가 격리되면서 일을 못 했었다"며 "가뜩이나 일거리도 없는데 더 걱정되고 더 조심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에 걸리면 수일간 수입이 아예 끊겨버리는 탓에 검사 자체를 회피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서울시 자율방역단 대원 김모(62) 씨는 "(코로나에 걸려) 격리되면 일을 아예 못 나오니까 (접촉 사실을) 숨기고 검사를 잘 안 받는다"며 "확진 사실도 많이 숨기고 다닌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날 자율방역단 활동이 끝난다면서 "6개월 동안 일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당부하고 길거리에서 침을 뱉거나 담배를 못 피우도록 당부해 왔는데 내일부터 다시 전처럼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력시장 규모가 줄어든 가운데 노동자들은 일자리와 수입이 크게 줄었다고 푸념했고, 인력업체에서는 사람이 줄어 운영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노동자 김씨는 "새벽에 와도 일을 못 하고 집에 갈 때가 많다.

돈도 못 벌고 교통비만 버리는 것"이라며 "한 달에 서너 번은 허탕을 친다"고 말했다.

커피를 건넸던 성씨도 "2019년보다 수입이 반의반 토막도 안 된다"고 했다.

새해 희망을 묻자 그는 "요즘엔 그런 것도 없다.

코로나 2년 동안 버틴 게 용했다.

죽지 못해 산다"고 답했다.

반면 한 인력사무소 실장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지원자가 70∼80% 수준"이라며 "인력이 귀해진 상황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대치가 너무 높다"고 했다. 옆에 있던 동료 A씨도 "예전에는 12인승 봉고차에 10명 이상 넘게 태웠지만 요새 7∼8명이면 아주 양호한 편"이라며 "예전에는 사업장에서 4∼5명 규모는 받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어서옵쇼' 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