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코로나에 AI·돼지열병까지…한반도는 '전염병과 전쟁중'

각종 질병에 자영업자 벼랑 끝 내몰리고 서민·중산층도 물가고
새해에도 '터널 끝' 안 보여…"언제까지 계속될지 막막한 심정"

한반도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각종 질병에 몸살을 앓고 있다.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다 겨울철 불청객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확산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와 각종 가축전염병은 막다른 상황까지 내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활고를 가중하는 것은 물론 달걀과 돼지고기 등 밥상 물가의 가파른 상승까지 야기하면서 가뜩이나 홀쭉해진 서민과 중산층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 터널 끝 안 보이는 코로나…AI에 돼지열병까지 가세
2020년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본격화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국민 대다수가 백신을 접종하면 진정될 것이란 기대를 무너뜨리며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된 지 2주째인 지난달 31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천875명 늘어 누적 확진자 수가 63만838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수는 감소세지만 위중증 환자는 11일 연속 1천 명대를 유지했으며 사망자 수도 역대 두 번째 규모로 많았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하루 사이 269명이 급증해 총 894명이 됐다.

질병관리청은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확진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준으로 확산할 경우 현행 거리두기를 유지해도 이달 말이면 확진자 규모가 1만2천∼1만4천 명대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는 사적모임 인원을 4인으로 제한하고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을 9시까지로 하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2주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확진자 수는 감소세로 돌아섰고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70% 아래로 내려왔다"면서도 "하지만 위기를 넘겼다고 확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방역조치 연장 이유를 설명했다.

김 총리는 "병상은 하루 1만 명의 확진자를 감당할 정도로 충분히 확충해야 하고, 3차 접종과 청소년 접종도 더 속도를 내야한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서 본격 확산되기 전에, 선제적 대비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병원성 AI도 확산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전북 부안군 종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추가로 확진됐다.

올겨울 전국 가금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것은 이번이 18번째다.

고병원성 AI는 충남 천안, 전남 영암, 충남 아산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하면서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 피해를 키우고 있다.

ASF에 감염된 멧돼지도 강원과 충북, 경기 지역에서 잇따라 발견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충북 단양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대강면 괴평리에서 수색팀에 의해 죽은 채로 발견된 멧돼지 2마리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로써 단양에서 확인된 멧돼지의 ASF 감염사례는 지난해 11월 14일 이후 모두 45건으로 늘어났다.

인근 제천의 ASF 감염사례 7건을 합치면 충북 전체로는 52건에 이른다.

전국 야생멧돼지 ASF 발병은 모두 1천862건이다.

올해 ASF가 가장 많이 발생한 강원도에서는 야생 멧돼지뿐 아니라 농장 내 감염까지 속출했다.

지난해 5월 영월군 주천면 소재 흑돼지 농장을 시작으로 고성, 인제, 홍천 소재 농가 5곳에서 ASF가 발생해 총 7천452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현재 AI와 ASF의 가축질병 위기 단계를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격상한 상태다.

◇ 벼랑 끝 내몰린 자영업자…서민·중산층도 물가고에 '비명'
한반도를 점령한 각종 '전염병'은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정부가 사적모임 인원을 4인으로,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연장하자 자영업자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이미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 사태가 최근 새로 출현한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언제 끝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장기간 지속된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 업장도 많고 겨우겨우 버텨온 소상공인들도 수천만∼수억 원대 빚더미에 앉은 경우가 수두룩하다.

서울 종로구에서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5) 씨는 "거리두기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수입은 거의 없는데 가게 임대료와 인건비, 각종 생활비는 안 쓸 수가 없으니 빚만 5천만 원 넘게 늘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될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는데, 지난달부터 또 거리두기를 시작하면서 연말 대목 장사를 완전히 망쳤다"며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거리두기 장기화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가 가장 힘든 상황이지만 코로나발(發)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서민과 중산층도 물가고에 시달리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콜라, 컵커피, 이온음료, 죽, 감자칩 등 식음료뿐 아니라 치약, 세제, 자전거 등 생활용품과 공산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따른 공급망 차질 심화에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국경 차단으로 인한 인력난,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을 앞둔 중국의 '올림픽 블루' 정책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고병원성 AI 확산 영향으로 달걀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달걀 한 판(30개·특란) 평균 소매가격은 6천340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7.8% 올랐다.

5천 원대를 간신히 유지하던 달걀 가격은 지난달 9일 6천93원을 기록하면서 다시 6천 원을 넘었다.

이후에도 6천300∼6천4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 오름세는 더 가파르다.

KAMIS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삼겹살 100g 평균 소매가격은 2천768원이었다.

1년 전보다 28.2%나 급등했다.

코로나발 공급망 병목현상과 물류난, 인력난에 따른 인건비 상승, 사룟값 인상, ASF 확산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주부 이모(42·서울 종로구) 씨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적자를 내지 않고 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다"며 "지출을 줄여보려고 실손보험을 해약했는데,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계속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