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코로나 재확산에 올해도 '블랙 나자렌' 행진 취소

매년 검은 목조 예수상 앞세우고 퍼레이드…올해는 미사 참석도 제한
전날 확진자 1만명 넘어…보름전에 비해 60배 늘어
필리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자 올해도 최대 종교행사인 '블랙 나자렌'(Black Nazarene·검은 예수) 행진을 취소하기로 했다. 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의 코로나19 TF(태스크포스)는 올해 이 행사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블랙 나자렌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인 1606년 선교사들이 멕시코에서 필리핀으로 가지고 온 십자가를 짋어진 실물 크기의 목조 예수상이다.

선박 이송 도중 불이 나 얼굴이 검게 그을린데서 현재의 명칭이 유래됐다. 블랙 나자렌은 지난 1767년 마닐라 인트라무로스에서 키아포 성당으로 옮겨졌다.

가톨릭 교계는 이를 기념해 매년 1월 9일 예수상을 앞세우고 마닐라 시내에서 7㎞ 구간을 행진하는 행사를 개최해왔다.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는 블랙 나자렌이 기적을 가져다주는 힘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매년 블랙 나자렌 행사에는 수백만명의 가톨릭 신자가 몰려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앞서 필리핀 당국은 작년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행진을 취소하고 미사 집전만 허용했다.

그러나 올해는 키아포 성당에서 열리는 미사에 신자들의 참석을 제한하는 한편 주변에 인파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을 대거 배치하기로 했다. 키아포 성당의 더글라스 바동 보좌 신부는 "안전과 보건을 위한 당국의 결정을 이해한다"면서 "다른 지역에서 대면 미사를 집전하고 수도 마닐라에서는 온라인 미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현재 코로나19가 가파르게 재확산하면서 전날 신규 확진자가 1만775명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10월 10일 이후로 가장 큰 수치로 168명이 나온 지난달 21일에 비해서는 무려 60배나 늘어난 것이다.

또 코로나19의 변이인 오미크론 유입에 따라 수도권 일대에서 백신 접종 미완료자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등 방역을 강화했다. 필리핀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14건의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3건은 지역 감염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