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절실한 난민들…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도록 힘쓸 것"
입력
수정
변협 주최 '제10회 변호사 공익대상' 수상한 공익법센터 어필
"난민, 도움만 바라는 존재 아냐…받은 만큼 또다른 약자 위해 베풀 것"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사는데 힘들지 않은 외국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가장 도움이 절실한 이들은 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강제이주 피해자이기도 하고, 다른 외국인과 달리 돌아갈 곳이 없는 실향민이기 때문이죠."
공익법센터 '어필'은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의 '제10회 변호사 공익대상' 단체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어필은 난민을 비롯해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등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을 위해 소송 절차를 돕고,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연구하는 등 피해자 권리 구제와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5일 어필 상근변호사인 정신영 대표와 김세진 변호사, 전수연 변호사 등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난민 등을 둘러싼 과제 등을 들어봤다.
어필이 설립된 이듬해인 2012년에 합류해 올해로 10년을 채운 정신영 대표는 "국내 이주민 가운데 도움이 시급한 이들은 바로 난민"이라며 "정식 체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하고, 주어진 체류 자격도 다른 외국인에 비해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난민 신청자들은 꾸준히 어필 사무실을 방문해 심사 절차와 체류 방법 등을 상담했다. 정 대표는 "도움이 필요한 난민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전수연 변호사는 "1∼2차 신청 과정에서 체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난민은 체류 자격이 바로 말소된다"며 "불법체류(미등록)도 아니고 정식 체류도 아닌 일종의 회색 지대에 놓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세진 변호사도 난민 심사를 둘러싼 시스템과 인식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김 변호사는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인권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가짜 난민을 걸러내야 한다'는 출입국 심사 과정 정도로 정의하는 게 문제"라며 "정부가 난민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난민 인정률과 보호율은 각각 0.7%, 1.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난민 심사를 마친 6천690명 중 92명만이 정식 체류를 인정받은 것이다.
보호율은 인정률과 인도적 체류 허가 비율을 더한 것을 뜻한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 인정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로 생명이나 자유 등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근거가 있는 이에게 내려진다.
어필 변호사들은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인 특별 기여자 이슈 등으로 '난민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여론이 높아진 것은 반가운 변화라고 입을 모았다.
정 대표는 "다양한 난민 이슈를 거쳐오면서 적극적으로 찬성과 반대 의견을 펼치는 목소리가 커졌다"며 "여기에 난민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유통되고, 직접 마주할 기회도 늘어난다면 선입견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을 둘러싼 가짜 정보가 확산하는 점은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제주에 예멘 난민 신청자 수백 명이 입국할 당시 '제2의 유럽 난민사태가 걱정된다', '혈세로 난민을 지원한다'와 같은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 퍼졌다.
전 변호사는 "각종 루머가 퍼지곤 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정작 찾기 힘들었다"며 "우리보다 먼저 난민을 수용한 독일만 보더라도 난민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난민 유입은 찬성과 반대로 갈릴 수 없는 사안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난민의 지위 협약'(난민협약)에 가입했을 뿐만 아니라 2013년 난민법을 시행한 한국은 난민을 수용할 의무를 지녔다"며 "국제협약에 임하면서 얻는 국가적 이득도 있는 만큼 한데 어울려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 곳곳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난민을 내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난민들이 원하는 건 시혜성 지원이 아니라 머물 수 있는 공간과 일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했다. 정 대표도 난민은 무작정 도움만 바라는 존재가 아니라고 거들었다.
"2012년 미얀마 소수민족 출신 여성이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운 적이 있어요.
그랬던 그가 최근 모국의 민주화를 위해 반군부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국내 미얀마 유학생을 돕기도 하고, 미얀마를 위해 물심양면 지원하더라고요.
자신이 받았던 도움 이상으로 타인을 위해 베푸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죠."
김 변호사도 "우리도 한국전쟁 당시 많은 나라의 원조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며 "말 그대로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어필 설립 초반 몇 명에 불과했던 후원자들은 10여 년 만에 1천명을 훌쩍 넘었다"며 "이처럼 많은 도움이 있었기에 우리도 멈추지 않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난민, 도움만 바라는 존재 아냐…받은 만큼 또다른 약자 위해 베풀 것"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사는데 힘들지 않은 외국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가장 도움이 절실한 이들은 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강제이주 피해자이기도 하고, 다른 외국인과 달리 돌아갈 곳이 없는 실향민이기 때문이죠."
공익법센터 '어필'은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의 '제10회 변호사 공익대상' 단체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어필은 난민을 비롯해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등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을 위해 소송 절차를 돕고,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연구하는 등 피해자 권리 구제와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5일 어필 상근변호사인 정신영 대표와 김세진 변호사, 전수연 변호사 등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난민 등을 둘러싼 과제 등을 들어봤다.
어필이 설립된 이듬해인 2012년에 합류해 올해로 10년을 채운 정신영 대표는 "국내 이주민 가운데 도움이 시급한 이들은 바로 난민"이라며 "정식 체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하고, 주어진 체류 자격도 다른 외국인에 비해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난민 신청자들은 꾸준히 어필 사무실을 방문해 심사 절차와 체류 방법 등을 상담했다. 정 대표는 "도움이 필요한 난민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전수연 변호사는 "1∼2차 신청 과정에서 체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난민은 체류 자격이 바로 말소된다"며 "불법체류(미등록)도 아니고 정식 체류도 아닌 일종의 회색 지대에 놓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세진 변호사도 난민 심사를 둘러싼 시스템과 인식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김 변호사는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인권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가짜 난민을 걸러내야 한다'는 출입국 심사 과정 정도로 정의하는 게 문제"라며 "정부가 난민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난민 인정률과 보호율은 각각 0.7%, 1.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난민 심사를 마친 6천690명 중 92명만이 정식 체류를 인정받은 것이다.
보호율은 인정률과 인도적 체류 허가 비율을 더한 것을 뜻한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 인정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로 생명이나 자유 등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근거가 있는 이에게 내려진다.
어필 변호사들은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인 특별 기여자 이슈 등으로 '난민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여론이 높아진 것은 반가운 변화라고 입을 모았다.
정 대표는 "다양한 난민 이슈를 거쳐오면서 적극적으로 찬성과 반대 의견을 펼치는 목소리가 커졌다"며 "여기에 난민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유통되고, 직접 마주할 기회도 늘어난다면 선입견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을 둘러싼 가짜 정보가 확산하는 점은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제주에 예멘 난민 신청자 수백 명이 입국할 당시 '제2의 유럽 난민사태가 걱정된다', '혈세로 난민을 지원한다'와 같은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 퍼졌다.
전 변호사는 "각종 루머가 퍼지곤 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정작 찾기 힘들었다"며 "우리보다 먼저 난민을 수용한 독일만 보더라도 난민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난민 유입은 찬성과 반대로 갈릴 수 없는 사안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난민의 지위 협약'(난민협약)에 가입했을 뿐만 아니라 2013년 난민법을 시행한 한국은 난민을 수용할 의무를 지녔다"며 "국제협약에 임하면서 얻는 국가적 이득도 있는 만큼 한데 어울려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 곳곳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난민을 내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난민들이 원하는 건 시혜성 지원이 아니라 머물 수 있는 공간과 일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했다. 정 대표도 난민은 무작정 도움만 바라는 존재가 아니라고 거들었다.
"2012년 미얀마 소수민족 출신 여성이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운 적이 있어요.
그랬던 그가 최근 모국의 민주화를 위해 반군부 민주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국내 미얀마 유학생을 돕기도 하고, 미얀마를 위해 물심양면 지원하더라고요.
자신이 받았던 도움 이상으로 타인을 위해 베푸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죠."
김 변호사도 "우리도 한국전쟁 당시 많은 나라의 원조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며 "말 그대로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어필 설립 초반 몇 명에 불과했던 후원자들은 10여 년 만에 1천명을 훌쩍 넘었다"며 "이처럼 많은 도움이 있었기에 우리도 멈추지 않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