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남기고 세상 떠난 제자·'고인 명예의 전당' 만든 스승

청주 금천고 김명철 교장, 해병대서 사망한 제자의 뜻 기려

하늘나라에 가면서 장학금을 남긴 제자를 그리워하는 스승이 제자의 모교에 명예의 전당을 만든 사연이 알려져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청주 금천고 김명철 교장과 이 학교 졸업생인 고 백귀보씨가 주인공이다.

금천고는 7일 본관 현관에서 '백귀보 장학금' 기념패 등이 전시된 '금천고 명예의 전당' 개관식을 했다.

이 장학금은 해병대에 입대했다가 숨진 백씨의 어머니가 기탁한 5천만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김 교장은 1999년 백씨의 3학년 담임 교사를 맡으며 사제의 인연을 맺었다.

당시 백씨는 국적 선택에 대한 고민을 김 교장에게 털어놨다.

백씨는 부모가 사업차 미국에 거주할 때 태어났기 때문에 만 22세가 되기 전에 국적을 선택해야 했다.

백씨는 미국 국적을 선택하면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그렇게 했다는 비난을 받을 것을 걱정했다.

이에 김 교장은 "미국 국적을 취득하고 대한의 남자로서 입대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김 교장은 당시 급훈도 함께 이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공부해서 남 주자'라고 만들었다.

이런 스승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던 백씨는 2004년 미국에서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귀국해 해병대에 입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백씨는 입대한 지 몇 개월 만에 폐렴으로 숨졌다.

젊은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아들을 가슴에 품은 백씨의 어머니는 김 교장을 원망하기도 했다.

백씨의 어머니는 매년 6월 6일 아들을 만나기 위해 대전 국립현충원을 방문할 때마다 아들의 묘비 앞에 생화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 교장이 10년 넘도록 제자에게 헌화한 것이다.

이를 알게 된 어머니는 2015년 5월 청주 서경중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던 김 교장을 찾아가 장학금으로 5천만원을 내놓았다.

이 돈은 백씨가 숨지면서 나온 국가의 위로금과 유공 연금을 모은 것이다.

백씨의 어머니는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김 교장에 대한 원망도 내려놓았다.

김 교장과 백씨의 어머니는 백군의 모교인 금천고를 방문해 이 장학금을 기부했다.

매년 8∼9명에게 장학금을 50만원씩 지급, 이날 100번째 장학금이 전달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금천고로 부임한 김 교장은 본관 현관에 명예의 전당을 만들기로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백씨의 동기들인 금천고 10회 졸업생들이 500만원을 기탁하는 등 명예의 전당 조성에 힘을 보탰다.

김 교장은 "100번째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명예의 전당 기념식을 해 더욱 뜻깊다"며 "귀보는 건강하고 훌륭한 제자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예의 전당이 금천고의 과거와 미래를 위해 공헌하신 분들의 사랑과 정성을 영원히 기록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