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속원자로 설비 정비 박차…미일 연구기반 활용

일본이 차세대 고속원자로(고속로) 개발 분야에서 미국에 협력하기 위해 기존 시설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의 고속로 연구용 실험시설인 '아테나'(Advanced Technology Experiment Sodiumu (Na) Facility) 기능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관련 예산으로 책정한 9억엔(약 90억원) 중 이미 6억엔을 들여 필요한 공사에 착수했다.

이바라키(茨城)현에 소재한 JAEA 오아라이(大洗)연구센터에서 2012년 준공된 아테나는 원자로 없이 고온의 나트륨을 전체 길이 약 200m의 배관에 순환시키면서 온도 변화와 흐름 상황 등을 연구하는 세계 최대급 고속로 관련 시설이다.

고속로에서 사용하는 같은 형(型)의 배관이나 기기를 연결해 다양한 온도 조건에서 내구성과 성능 변화를 확인하는 시험도 할 수 있다.
다만 원자로 운전 조건에 가까운 500도 이상으로 나트륨 온도를 올리는 가열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일본 정부는 6억엔을 들여 가열 시스템 설치와 관련 배관류 개량 공사를 하기로 결정하고 2022년도 예산에 3억엔을 우선 반영했다.

일본 정부는 2023년도 이후 미일 양국의 차세대 고속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아테나 기능을 확충할 방침이다. 요미우리는 미국에는 아테나 같은 시설이 없다며 차세대 고속로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미국 원자력 벤처기업 '테라파워' 관계자가 시찰하는 등 아테나를 활용한 기술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또 미국과의 고속로 연구를 위한 공통 기반시설로 쓰기 위해 이바라키현에 만들어 놓은 실험용 고속로 '조요'(常陽) 재가동을 위한 안전대책 공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요는 테라파워가 개발하려는 고속로와 마찬가지로 나트륨을 냉각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고속의 중성자가 원자로 내부 구조물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시설로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1977년 운전에 들어간 조요는 2007년 발생한 고장 등으로 지금까지 운전이 정지된 상태로, 일본 감독 당국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심사를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조요를 조속히 재가동할 수 있도록 안전심사 통과 후에 진행할 내진보강 등의 안전대책 공사 준비를 서두르기로 했다.

총공사비 약 140억엔 가운데 2021년도 예산을 통해 40억엔을 확보한 JAEA는 2024년 이후 재가동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일본은 원전에서 사용한 핵연료에 포함된 플루토늄을 추출한 뒤 우라늄과 혼합해 다시 연료로 만드는 핵연료 사이클(주기)을 완성하기 위해 고속로 실용화를 1960년대부터 추진했다.

그러나 후쿠이(福井)현에 세워진 28만kW급 몬주 원형로의 배관에서 1995년 나트륨이 누출돼 가동이 중단되는 등 불미스러운 사태가 잇따른 영향으로 2016년 12월 원형로의 폐로가 결정돼 사실상 고속로 실용화에 실패했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고속로 개발 사업을 방치해 관련 기술 축적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고속로 실험로 및 원형로 운영을 통해 관련 기술을 쌓아온 일본과 2019년쯤부터 협력 방안을 모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차세대 고속로 개발 사업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세운 테라파워와 미국 에너지부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출력이 34만5천 킬로와트(kW)급 고속로인 소형모듈원전(SMR)을 미 서부 와이오밍주에 지어 2028년 운전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의 고속로 개발 사업을 맡았던 JAEA와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르면 이달 중 기존 실험 설비를 공동 연구기반으로 활용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차세대 고속로 개발에 관한 협력 합의서를 미국 측과 교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