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략된 소수집단 이주와 정착…미국사의 재구성

로널드 다카키 '역사에 없는 사람들의 미국사' 번역·출간
유럽인의 이주와 원주민 정복, 이주민 동화. 미국 역사의 뼈대를 이루는 거대서사다. 이주민이 세운 나라라고 하지만, 유럽 혈통이 아닌 사람들은 이 거대서사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

미국 내 소수집단의 이주와 정착, 갈등과 연대를 다룬 '역사에 없는 사람들의 미국사'(원제 A Different Mirror for Young People: A History of Multicultural America)가 국내에 번역·출간됐다.

이 책은 여러 인종과 민족이 포함된 미국사 서술에 천착한 역사학자 로널드 다카키의 저서 '다문화 미국사를 비추는 또 다른 거울'(1993)을 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그의 사후에 새로 펴낸 것이다. 저자는 아프리카계·아시아계·아일랜드계·유대계·멕시코계·라틴계·무슬림 등 미국으로 이주한 다양한 집단은 물론 원래 살던 땅에서 쫓겨나야 했던 북미 원주민들에게도 초점을 맞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현재도 '중추적 소수집단'이지만 유럽인들이 처음부터 그들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에 정착한 영국인들은 원래 백인 노동자를 선호했다. 그러나 1676년 무장봉기 사건을 겪고 나서 아프리카로 눈을 돌렸다.

영국인 지주의 박해와 대기근을 피해 고향을 떠난 아일랜드인들은 개신교 사회에서 편견과 적개심에 시달려야 했다.

최근에는 무슬림을 비롯한 아시아계가 혐오와 차별의 표적이 되고 있다. 모두 더 나은 삶을 꾸리기 위해 고향을 떠난 이들은 종종 반목과 갈등에 휘말리기도 했다.

아일랜드인은 자신들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자신들이 미국시민이라는 이유로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인들이 대거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일하러 간 배경에는 국적·인종·민족을 뒤섞어 노동자 단결을 막으려는 농장주들의 노무전략이 있었다.

저자는 소수집단을 배제한 미국사를 두고 이렇게 썼다.

"불완전한 역사는 모든 것을 다 비추지 않는 거울, 어떤 사람을 마치 투명 인간처럼 취급하는 거울과 같다.

그렇지만 역사를 향해 다른 거울을 들어올리는 것은 가능하다.

모든 사람의 역사를 비추는 거울을 말이다. "
갈라파고스. 오필선 옮김. 344쪽. 1만7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