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분석] 세계 첫 ‘FcRn’ 항체치료제 허가, 커지는 자가면역질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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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2월 17일(현지시간) 아젠엑스의 비브가르트(성분명 에프가티지모드)를 자가면역질환인 전신성 중증근무력증(gMG) 치료제로 승인했다. 세계 최초의 FcRn(Fc Receptor of neonate) 항체 치료제다. 이에 앞서 12월 13일 화이자는 자가면역질환 파이프라인을 가진 아레나파마슈티컬스를 67억 달러(약 7조99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은 자신의 면역체계가 자기 자신을 공격해 나타나는 질병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를 구분하는 면역관용을 통해 자기나 위험성이 약한 비자기를 공격하지 않는다. 이 면역관용에 이상이 생기면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한다. 자가면역질환은 체액성 면역이나 세포성 면역 또는 양쪽 모두에 의해 일어난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때문에 자기 세포나 조직에 손상을 초래하는 면역세포와 자가항체의 활동을 억제하거나, 염증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법이 쓰이고 있다.
중증근무력증(MG)은 10만 명당 20명 정도에게서 발병하는 자가면역성 신경근육질환이다. 대부분의 MG는 신경근접합부에 있는 아세틸콜린 수용체(AchR)를 공격하는 자가항체에 의해 발생한다. 자가항체에 의해 뉴런으로부터 분비된 아세틸콜린과 수용체의 결합이 막혀 신경 자극이 전달되지 못하고 근육 기능이 마비되는 것이다.
현재 MG 치료에는 일시적 증상완화제나 면역억제제들이 많이 사용된다. 자가항체인 면역글로불린G(IgG)을 감소시키는 혈장분리교환술이나 흉선제거술, 솔리리스 등도 이용된다. 에프가티지모드는 기존 치료법의 비싼 약가와 시술 부작용 등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5차 치료제로 다른 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만 쓰이는 솔리리스 대비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도 많다.
비브가르트는 FcRn에 결합하는 항체다. FcRn은 세포 안에서 IgG와 알부민 재활용에 관여하는 수용체다. 주로 내피세포에 존재한다. 세포 내로 들어온 IgG는 FcRn과 결합하면 리소좀에 분해되지 않고 세포 밖으로 방출된다. 재활용되는 것이다. 비브가르트는 FcRn에 먼저 결합해 IgG가 FcRn과 만나지 못하게 한다. 결합되지 못한 IgG는 분해돼 혈중 농도가 감소하게 된다.
비브가르트는 작년 7월 발표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신약 승인을 받았다. 비브가르트 투여군 전체 65명 중 68%인 44명은 ‘중증근무력증으로 인한 일상활동 척도(MG-ADL)’가 2점 이상 개선됐다. 위약군의 30%와 비교해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했다.FcRn 저해제는 적응증의 확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가항체가 원인인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젠엑스는 에프가티지모드를 이용해 MG 외에도 혈소판감소증, 천포창, 만성탈수신경병증 등에 대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FcRn 항체의 가능성에 글로벌 제약사들도 자가면역질환 신약 경쟁에 참전했다.
존슨앤드존슨은 2020년 8월 모멘타를 65억 달러에 인수해 FcRn 항체 ‘M281’을 확보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같은 해 12월 알렉시온을 39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ALXN-1830’을 파이프라인에 추가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한올바이오파마가 FcRn 항체를 미국 이뮤노반트와 중국 하버바이오메드에 기술수출했다. 한올바이오의 ‘HL161’은 피하주사제형으로 개발 속도가 가장 빨라 투약 편의성 등에 있어 경쟁력을 기대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시장, 2025년 180조 원 전망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의 종류는 80가지 이상이다. 발병률 증가 및 신약의 출시 등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은 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 기관은 세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이 2017년 1098억3300만 달러에서 2025년 1533억2000만 달러(약 18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예상 성장률은 4.2%다.
아직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자가면역질환이 많고, 기존 치료제로 해결하지 못하는 미충족 수요 등에 새로운 표적 찾기가 현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화이자는 최근 아레나 인수 계획을 밝혔다. 아레나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에트라시모드다. 경구용 선택적 ‘스핑고신-1-인산 수용체-1(S1P1)’ 조절제다. 자가면역질환에서 S1P1이라는 새로운 표적을 대상으로 하고, 경구용으로서 복약 편의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현재 위장관계 및 피부 질환을 포함해 다양한 면역 염증성 질환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아레나는 에트라시모드에 대해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2건의 임상 3상과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에 대한 1건의 2·3상을 진행 중이다. 궤양성 대장염을 대상으로 한 2상에서 에트라시모드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중등도에서 중증에 이르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에트라시모드를 투약한 결과, 시험에 참여한 대부분의 환자는 12주 차에 임상적 반응과 관해 또는 내시경적 개선에 도달했다. 또 최대 46주 동안 진행된 시험에서 개선 효과가 지속됐다.
아레나 인수는 화이자의 ‘JAK 1·3’ 저해 블록버스터 젤잔즈의 안전성 이슈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아브로시티닙(JAK1 저해제)의 FDA 승인 지연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경구용으로 복약 편의성을 향상시킨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젤잔즈는 시판 후 안전성 연구에 따라 ‘TNF-알파’ 억제제 대비 악성종양, 혈전증, 심혈관계 사망 위험이 높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새로운 자가면역질환 파이프라인이 필요해진 것이다.
LG화학도 ‘S1P1’ 수용체 길항제 ‘LC510255’를 갖고 있다. S1P1 수용체는 림프 조직에서 T세포와 B세포의 탈출을 촉진한다. 염증 작용을 하는 자가공격성 면역세포를 빠져나가게 하려면 S1P1 수용체의 신호가 필요하며, 이 신호를 발현시키는 기전이다. 최근 중국 협력사 트랜스테라는 LC510255의 궤양성 대장염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 2상을 중국 규제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이 밖에 크리스탈지노믹스는 ‘TYK2’ 저해제를 개발하고 있다. TYK2는 자가면역질환 발병 및 악화와 연관된 사이토카인 신호전달 경로다. 이를 차단하면 과잉 면역반응이 억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한민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중증근무력증(MG)은 10만 명당 20명 정도에게서 발병하는 자가면역성 신경근육질환이다. 대부분의 MG는 신경근접합부에 있는 아세틸콜린 수용체(AchR)를 공격하는 자가항체에 의해 발생한다. 자가항체에 의해 뉴런으로부터 분비된 아세틸콜린과 수용체의 결합이 막혀 신경 자극이 전달되지 못하고 근육 기능이 마비되는 것이다.
현재 MG 치료에는 일시적 증상완화제나 면역억제제들이 많이 사용된다. 자가항체인 면역글로불린G(IgG)을 감소시키는 혈장분리교환술이나 흉선제거술, 솔리리스 등도 이용된다. 에프가티지모드는 기존 치료법의 비싼 약가와 시술 부작용 등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5차 치료제로 다른 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만 쓰이는 솔리리스 대비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도 많다.
비브가르트는 FcRn에 결합하는 항체다. FcRn은 세포 안에서 IgG와 알부민 재활용에 관여하는 수용체다. 주로 내피세포에 존재한다. 세포 내로 들어온 IgG는 FcRn과 결합하면 리소좀에 분해되지 않고 세포 밖으로 방출된다. 재활용되는 것이다. 비브가르트는 FcRn에 먼저 결합해 IgG가 FcRn과 만나지 못하게 한다. 결합되지 못한 IgG는 분해돼 혈중 농도가 감소하게 된다.
비브가르트는 작년 7월 발표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기반으로 신약 승인을 받았다. 비브가르트 투여군 전체 65명 중 68%인 44명은 ‘중증근무력증으로 인한 일상활동 척도(MG-ADL)’가 2점 이상 개선됐다. 위약군의 30%와 비교해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했다.FcRn 저해제는 적응증의 확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가항체가 원인인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젠엑스는 에프가티지모드를 이용해 MG 외에도 혈소판감소증, 천포창, 만성탈수신경병증 등에 대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FcRn 항체의 가능성에 글로벌 제약사들도 자가면역질환 신약 경쟁에 참전했다.
존슨앤드존슨은 2020년 8월 모멘타를 65억 달러에 인수해 FcRn 항체 ‘M281’을 확보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같은 해 12월 알렉시온을 39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ALXN-1830’을 파이프라인에 추가했다. 국내 기업으로는 한올바이오파마가 FcRn 항체를 미국 이뮤노반트와 중국 하버바이오메드에 기술수출했다. 한올바이오의 ‘HL161’은 피하주사제형으로 개발 속도가 가장 빨라 투약 편의성 등에 있어 경쟁력을 기대하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시장, 2025년 180조 원 전망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의 종류는 80가지 이상이다. 발병률 증가 및 신약의 출시 등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은 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 기관은 세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이 2017년 1098억3300만 달러에서 2025년 1533억2000만 달러(약 18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예상 성장률은 4.2%다.
아직까지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자가면역질환이 많고, 기존 치료제로 해결하지 못하는 미충족 수요 등에 새로운 표적 찾기가 현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화이자는 최근 아레나 인수 계획을 밝혔다. 아레나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에트라시모드다. 경구용 선택적 ‘스핑고신-1-인산 수용체-1(S1P1)’ 조절제다. 자가면역질환에서 S1P1이라는 새로운 표적을 대상으로 하고, 경구용으로서 복약 편의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현재 위장관계 및 피부 질환을 포함해 다양한 면역 염증성 질환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아레나는 에트라시모드에 대해 궤양성 대장염에 대한 2건의 임상 3상과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에 대한 1건의 2·3상을 진행 중이다. 궤양성 대장염을 대상으로 한 2상에서 에트라시모드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중등도에서 중증에 이르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12주 동안 에트라시모드를 투약한 결과, 시험에 참여한 대부분의 환자는 12주 차에 임상적 반응과 관해 또는 내시경적 개선에 도달했다. 또 최대 46주 동안 진행된 시험에서 개선 효과가 지속됐다.
아레나 인수는 화이자의 ‘JAK 1·3’ 저해 블록버스터 젤잔즈의 안전성 이슈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아브로시티닙(JAK1 저해제)의 FDA 승인 지연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다. 경구용으로 복약 편의성을 향상시킨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젤잔즈는 시판 후 안전성 연구에 따라 ‘TNF-알파’ 억제제 대비 악성종양, 혈전증, 심혈관계 사망 위험이 높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새로운 자가면역질환 파이프라인이 필요해진 것이다.
LG화학도 ‘S1P1’ 수용체 길항제 ‘LC510255’를 갖고 있다. S1P1 수용체는 림프 조직에서 T세포와 B세포의 탈출을 촉진한다. 염증 작용을 하는 자가공격성 면역세포를 빠져나가게 하려면 S1P1 수용체의 신호가 필요하며, 이 신호를 발현시키는 기전이다. 최근 중국 협력사 트랜스테라는 LC510255의 궤양성 대장염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 2상을 중국 규제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았다.
이 밖에 크리스탈지노믹스는 ‘TYK2’ 저해제를 개발하고 있다. TYK2는 자가면역질환 발병 및 악화와 연관된 사이토카인 신호전달 경로다. 이를 차단하면 과잉 면역반응이 억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한민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