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②MARKET] 안전, 병용, 편의! 비만 치료제 시장을 이끌 세 가지 키워드
입력
수정
2020년 ‘벨빅’의 퇴출, 2021년 ‘위고비’의 등장….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움직였다. 한번 시장을 잡으면 큰 변동이 없는 다른 의약품 시장과는 다르게, 비만 치료제는 주기적으로 업계의 승자가 바뀌어왔다. ‘시부트라민’, ‘벨빅’과 같이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물러난 경우도 있었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압도적으로 좋은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벨빅이 퇴출된 이후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도 평균적으로 체중의 5~7% 감량하는 데 그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데 반해 유동성이 큰 시장이다 보니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대거 뛰어들고 있다. 각자 서로 다른 기전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공통된 흐름이 있다. 안전 : 향정신성 치료제를 넘어 안전한 치료제로
현재 비만 치료제로 임상 중인 약물은 모두 비(非)향정신성 약물이다. 비만 치료제가 처음 등장하던 1950~1960년대에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향정신성 약물이 주를 이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12주 이내의 단기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한 펜터민, 디에틸프로피온, 펜디메트라진, 벤즈페타민 등의 약물이 향정신성 약물에 속한다.
이들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몸을 긴장상태로 만들어 식욕을 떨어뜨린다. 동시에 세로토닌,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늘리는데, 이런 기전은 중독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어 장기 치료가 불가능하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비만 치료제를 끊고 다시 체중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복용이 가능한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그간 여러 향정신성 약물이 심혈관질환, 암 발생, 자살 충동 등 심각한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최근 비만 치료제 트렌드는 장기 복용이 가능한 ‘안전한 약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현재 비만 치료제 신약으로 임상 중인 약물 중 향정신성 치료제는 1건도 없다. 모두 약리 기전상 안전성을 담보하는 약물들이다.
학계에서는 렙틴, 그렐린, GDF15 등 세 개의 표적이 비만 치료제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2014년 등장한 삭센다는 ‘판’을 바꿨다. 삭센다는 기존에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되던 GLP-1 유사체다. GLP-1, GIP 등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크레틴)으로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해 당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GLP-1 유사체(GLP1R 작용제), GIP 유사체(GIPR 작용제), 글루카곤 유사체, 아밀린 유사체 등이 인크레틴 기반의 치료제로 분류된다.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던 인크레틴 기반의 치료제가 체중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며, 노보노디스크가 처음으로 GLP-1을 비만 치료제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GLP-1이 GLP1R 수용체에 결합하면 뇌와 여러 말초 기관에서 대사 과정이 조절된다. 뇌에서는 식욕을 줄이고, 위와 장에서 음식물을 천천히 보내도록 조절한다. 근육에서는 인슐린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혈액 속 당을 더 많이 흡수하게 한다.
이런 복합 작용으로 삭센다는 비만 환자의 체중을 7~8%가량 감소시키고, 지난해 승인된 위고비는 임상 3상에서 참여자의 체중을 평균 14.9% 감량시켰다. 삭센다의 성공으로 현재 화이자(PF-06882961), 한미약품(HM15136), 노보노디스크(카그릴린타이드·리벨서스), 질랜드파마(ZP8396) 등이 인크레틴 기반의 비만치료제를 임상 중이다<73페이지 표 참고>. 조 교수는 “위고비가 한 번 더 GLP-1의 가능성을 증명했기 때문에, 한동안 인크레틴 기반의 비만 치료제 유행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더 큰 효과를 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들이 기업의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병용 : 여러 개 한 번에 잡아야 승산
2010년대에는 인크레틴 기반의 약물을 병용(다중기작)하면 체중 감량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졌다.
조 교수는 “당뇨나 비만처럼 원인이 다양한 복합성 질환의 경우 단일 경로만 막아서 치료하는 게 쉽지 않다”며 “섭식은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행위이므로, 보상경로가 빠르게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연구진은 2013년 GLP-1 유사체와 글루카곤 유사체를 함께 투여하면 단독으로 투여하는 것보다 식욕 감퇴 효과가 13% 이상 늘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긍정적인 연구 결과와 삭센다의 성공이 맞물리면서 병용 치료 혹은 다중기작 약물은 현재 비만 치료제 개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간 당뇨병 치료제 개발로 인크레틴 기반 약물에 대한 연구 역량을 쌓은 릴리가 대표주자다. 현재 5개 약물이 다중기작 기전으로 개발돼 임상에 진입했다.
그중 가장 속도가 빠른 것은 ‘티르제파타이드’다.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 GIP 이중 작용제로, GLP1R과 GIPR 수용체에 모두 결합하는 다중기작 약물이다.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임상(SURPASS)은 이미 3상을 마치고, 곧 FDA에 판매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임상 3상 결과 기존 약물 대비 혈당을 크게 낮춰, 업계에서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체중 감량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과체중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는 참여자의 13~27%가 15% 이상 체중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조 교수는 “비만 환자는 보통 당뇨나 고지혈증과 같은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체중 감량뿐 아니라 혈당, 혈중 중성지방, 저밀도지질단백질(LDL) 감소 효과도 커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처방하기 좋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비만 치료제에 대한 임상(SURMOUNT)은 3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종료될 예정이다.
GLP-1, GIP, 글루카곤 3중 작용제도 개발되고 있다. 한미약품의 ‘HM15211’, 릴리의 ‘GGG 트리 아고니스트’다. 각각 비만을 동반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과 당뇨병 치료제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삭센다,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노보노디스크는 다중기작 약물보다는 병용 임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위고비의 임상이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얻으며 2020년, 진행하던 다중기작 약물의 임상을 모두 접고 병용 치료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승인을 받은 비만 치료제 2개의 매출을 유지시키기에 다중기작 약물보다는 병용 임상이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보노디스크는 장에서 분비돼 뇌의 포만감 중추를 활성화시키는 펩타이드 YY(PYY)의 유사체(Y2R 작용제)와 위고비의 병용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편의 : 효능 동일해도 경구제라면,
게임 체인저 가능하다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은 환자의 복약순응도가 치료와 깊이 연관돼 있다. 때문에 효능이 비슷하더라도 주사제보다는 경구제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한 임상의는 “환자 입장에서도 주사제가 매우 불편할 뿐 아니라 의사 입장에서는 주사제의 투약 지도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처방을 꺼리기도 한다”며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삭센다가 안전하고 효능이 좋음에도 점유율이 25%에 그친 것은 주사제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실제 위고비가 주목받는 이유에는 높은 효능도 있지만 매일 1회 맞던 주사제(삭센다)를 주 1회로 줄인 것도 있다.
하지만 경구제제를 개발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 개발되고 있는 대다수의 약물은 인크레틴 기반의 약물이거나 아밀린, 그렐린, PYY와 같은 장 호르몬 유사체다. 이런 펩타이드 약물은 경구제로 복용하게 되면 위장관에서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대부분 분해된다. 결국 약효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고용량을 복용해야 하고, 이는 부작용이나 높은 약가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임상 중인 비만 치료제 중 경구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약물은 노보노디스크의 ‘리벨서스’와 화이자의 ‘다누글리프론’뿐이다. 리벨서스는 위고비의 경구제 버전으로,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리벨서스는 이미 당뇨병 치료제로 2019년 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일부 변경해 GLP-1 분해 효소(DPP-4)의 작용을 막았다. 위장관에서도 살아남는 기술을 입혀준 것이다.
반면 다누글리프론은 저분자화합물로, GLP-1과의 유사성은 떨어지지만 경구용 개발이 용이하고 생산 원가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투약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도 적다.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경구제가 큰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약가’를 낮추는 것이 가장 큰 허들이다. 리벨서스의 경우 주사제와 비슷한 효능을 보이고 있지만, 약가가 비싸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크게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노보노디스크가 리벨서스의 생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제형 연구를 지속하고 있고, 관련 임상도 진행 중”이라며 “이런 부분이 개선된다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리벨서스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데 반해 유동성이 큰 시장이다 보니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대거 뛰어들고 있다. 각자 서로 다른 기전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만, 공통된 흐름이 있다. 안전 : 향정신성 치료제를 넘어 안전한 치료제로
현재 비만 치료제로 임상 중인 약물은 모두 비(非)향정신성 약물이다. 비만 치료제가 처음 등장하던 1950~1960년대에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향정신성 약물이 주를 이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12주 이내의 단기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한 펜터민, 디에틸프로피온, 펜디메트라진, 벤즈페타민 등의 약물이 향정신성 약물에 속한다.
이들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몸을 긴장상태로 만들어 식욕을 떨어뜨린다. 동시에 세로토닌,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늘리는데, 이런 기전은 중독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어 장기 치료가 불가능하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비만 치료제를 끊고 다시 체중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복용이 가능한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그간 여러 향정신성 약물이 심혈관질환, 암 발생, 자살 충동 등 심각한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최근 비만 치료제 트렌드는 장기 복용이 가능한 ‘안전한 약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 현재 비만 치료제 신약으로 임상 중인 약물 중 향정신성 치료제는 1건도 없다. 모두 약리 기전상 안전성을 담보하는 약물들이다.
학계에서는 렙틴, 그렐린, GDF15 등 세 개의 표적이 비만 치료제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2014년 등장한 삭센다는 ‘판’을 바꿨다. 삭센다는 기존에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되던 GLP-1 유사체다. GLP-1, GIP 등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크레틴)으로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해 당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GLP-1 유사체(GLP1R 작용제), GIP 유사체(GIPR 작용제), 글루카곤 유사체, 아밀린 유사체 등이 인크레틴 기반의 치료제로 분류된다.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던 인크레틴 기반의 치료제가 체중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며, 노보노디스크가 처음으로 GLP-1을 비만 치료제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GLP-1이 GLP1R 수용체에 결합하면 뇌와 여러 말초 기관에서 대사 과정이 조절된다. 뇌에서는 식욕을 줄이고, 위와 장에서 음식물을 천천히 보내도록 조절한다. 근육에서는 인슐린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혈액 속 당을 더 많이 흡수하게 한다.
이런 복합 작용으로 삭센다는 비만 환자의 체중을 7~8%가량 감소시키고, 지난해 승인된 위고비는 임상 3상에서 참여자의 체중을 평균 14.9% 감량시켰다. 삭센다의 성공으로 현재 화이자(PF-06882961), 한미약품(HM15136), 노보노디스크(카그릴린타이드·리벨서스), 질랜드파마(ZP8396) 등이 인크레틴 기반의 비만치료제를 임상 중이다<73페이지 표 참고>. 조 교수는 “위고비가 한 번 더 GLP-1의 가능성을 증명했기 때문에, 한동안 인크레틴 기반의 비만 치료제 유행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더 큰 효과를 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단백질 엔지니어링 기술들이 기업의 핵심 가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병용 : 여러 개 한 번에 잡아야 승산
2010년대에는 인크레틴 기반의 약물을 병용(다중기작)하면 체중 감량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졌다.
조 교수는 “당뇨나 비만처럼 원인이 다양한 복합성 질환의 경우 단일 경로만 막아서 치료하는 게 쉽지 않다”며 “섭식은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행위이므로, 보상경로가 빠르게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연구진은 2013년 GLP-1 유사체와 글루카곤 유사체를 함께 투여하면 단독으로 투여하는 것보다 식욕 감퇴 효과가 13% 이상 늘었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긍정적인 연구 결과와 삭센다의 성공이 맞물리면서 병용 치료 혹은 다중기작 약물은 현재 비만 치료제 개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간 당뇨병 치료제 개발로 인크레틴 기반 약물에 대한 연구 역량을 쌓은 릴리가 대표주자다. 현재 5개 약물이 다중기작 기전으로 개발돼 임상에 진입했다.
그중 가장 속도가 빠른 것은 ‘티르제파타이드’다.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 GIP 이중 작용제로, GLP1R과 GIPR 수용체에 모두 결합하는 다중기작 약물이다.
당뇨병 치료제로서의 임상(SURPASS)은 이미 3상을 마치고, 곧 FDA에 판매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임상 3상 결과 기존 약물 대비 혈당을 크게 낮춰, 업계에서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체중 감량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과체중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는 참여자의 13~27%가 15% 이상 체중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조 교수는 “비만 환자는 보통 당뇨나 고지혈증과 같은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체중 감량뿐 아니라 혈당, 혈중 중성지방, 저밀도지질단백질(LDL) 감소 효과도 커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처방하기 좋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비만 치료제에 대한 임상(SURMOUNT)은 3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종료될 예정이다.
GLP-1, GIP, 글루카곤 3중 작용제도 개발되고 있다. 한미약품의 ‘HM15211’, 릴리의 ‘GGG 트리 아고니스트’다. 각각 비만을 동반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과 당뇨병 치료제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삭센다,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노보노디스크는 다중기작 약물보다는 병용 임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위고비의 임상이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얻으며 2020년, 진행하던 다중기작 약물의 임상을 모두 접고 병용 치료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승인을 받은 비만 치료제 2개의 매출을 유지시키기에 다중기작 약물보다는 병용 임상이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보노디스크는 장에서 분비돼 뇌의 포만감 중추를 활성화시키는 펩타이드 YY(PYY)의 유사체(Y2R 작용제)와 위고비의 병용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편의 : 효능 동일해도 경구제라면,
게임 체인저 가능하다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은 환자의 복약순응도가 치료와 깊이 연관돼 있다. 때문에 효능이 비슷하더라도 주사제보다는 경구제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한 임상의는 “환자 입장에서도 주사제가 매우 불편할 뿐 아니라 의사 입장에서는 주사제의 투약 지도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처방을 꺼리기도 한다”며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삭센다가 안전하고 효능이 좋음에도 점유율이 25%에 그친 것은 주사제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실제 위고비가 주목받는 이유에는 높은 효능도 있지만 매일 1회 맞던 주사제(삭센다)를 주 1회로 줄인 것도 있다.
하지만 경구제제를 개발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 개발되고 있는 대다수의 약물은 인크레틴 기반의 약물이거나 아밀린, 그렐린, PYY와 같은 장 호르몬 유사체다. 이런 펩타이드 약물은 경구제로 복용하게 되면 위장관에서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대부분 분해된다. 결국 약효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고용량을 복용해야 하고, 이는 부작용이나 높은 약가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임상 중인 비만 치료제 중 경구용으로 개발되고 있는 약물은 노보노디스크의 ‘리벨서스’와 화이자의 ‘다누글리프론’뿐이다. 리벨서스는 위고비의 경구제 버전으로,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리벨서스는 이미 당뇨병 치료제로 2019년 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일부 변경해 GLP-1 분해 효소(DPP-4)의 작용을 막았다. 위장관에서도 살아남는 기술을 입혀준 것이다.
반면 다누글리프론은 저분자화합물로, GLP-1과의 유사성은 떨어지지만 경구용 개발이 용이하고 생산 원가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투약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도 적다.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경구제가 큰 점유율을 확보하려면 ‘약가’를 낮추는 것이 가장 큰 허들이다. 리벨서스의 경우 주사제와 비슷한 효능을 보이고 있지만, 약가가 비싸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크게 눈길을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노보노디스크가 리벨서스의 생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제형 연구를 지속하고 있고, 관련 임상도 진행 중”이라며 “이런 부분이 개선된다면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리벨서스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