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년 혹서·혹한 극단 기후로 점철…기록 쏟아져

북서부 50℃ 육박·텍사스도 영하 22℃…"극단 기후 더 심해진다"
전 세계에서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기후가 보고된 지난해 미국에서도 1994년 이후 가장 많은 지역별 역대 최고·최저 기온 기록이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국제역사기후네트워크(GHCN)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미 전역 7천800개 기상 관측소 자료를 취합해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특히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한 지역이 많았다.

지난해 전체 기상 관측소 중 8.3%에서 지역별 최고 기온 기록이 나왔는데, 이는 미 정부가 기상 관측 자료를 디지털로 전환한 1948년 이후 최다치다. 이 가운데 다수 사례가 지난해 6월 미 북서부 태평양 연안 일대를 덮친 폭염 사태 중 나왔다.

지난해 6월 28일 오리건주 세일럼의 기온은 47.2℃로 관측됐다.

이는 이 지역 평년 기온인 23.3℃의 배가 넘는 수치로, 기존 최고 기록이던 1981년을 5℃가량 넘었다. 같은 주 포틀랜드가 46.7℃, 실버턴이 45℃를 기록해 역시 기존 최고치였던 1981년 기록을 5℃가량 초과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당시 기승을 부린 폭염으로 북서부 연안에서만 최소 11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2월 텍사스주 등 남부에 몰아친 겨울 폭풍으로 최저 기온 기록이 깨진 지역도 여럿 나왔다. 지난해 2월 17일 텍사스주 잭슨빌의 온도는 영하 21.1℃로 관측됐다.

이는 평년 기온인 4.4℃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다.

같은 주 미니올라는 영하 22.2℃까지 떨어지면서 2018년 기록을 깼다.

당시 이례적 겨울 폭풍이 몰고 온 한파로 텍사스주에서만 246명이 사망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2002∼2012년에도 미 전역 수백 개 도시와 마을에서 혹서 탓에 전례 없는 최고 기온이 보고됐고, 2011년 역시 여러 차례 기온 신기록이 나온 해지만, 지난해가 독보적이라고 분석했다.

앞선 연도보다 더 광범한 지역에서 이런 이상 기후가 나타났으며, 기록이 깨진 빈도도 더 잦아서다.

미국 비영리 환경과학단체인 버클리 어스 소속 연구자인 로버트 로드 박사는 지난해가 얼마나 독보적이었는지 육상 100m 세계 신기록과 비교를 통해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경주에서 신기록이 나온다고 해도 100분의 1초 단위로 앞서는 등 이전 기록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로드 박사는 "(2021년은) 앞서 예측했던 범위를 전부 초과해 다른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경주를 보이는 선수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안정된 기후 조건에서 살지 못한다"면서 "더 극단적인 사례를 맞이할 것이고, 더 많은 기록이 깨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