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에 밀린 정의연, 두달째 소녀상 먼 곳서 수요시위

물리적 충돌은 없어…"역사부정 세력에 대응 계획"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정기 수요시위가 보수 성향 단체들의 장소 선점에 밀려 또다시 소녀상 먼발치서 개최됐다. 정의연이 12일 주최한 제1천526차 정기 수요시위는 그간 매주 수요시위가 진행됐던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50m가량 떨어진 서머셋팰리스 빌딩 앞 인도에서 열렸다.

정의연은 지난해 11월 약 1년 4개월 만에 대면 수요시위를 재개했으나 보수 성향 단체인 자유연대가 기존 수요시위 장소를 먼저 집회 신고하는 방식으로 선점하자 소녀상에서 10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사옥 앞도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이 집회 신고를 내자, 정의연은 국세청 방면 아래쪽으로 장소를 이동해 시위를 진행했다. 이번 주에는 그 장소마저 엄마부대가 집회 신고를 내면서 정의연은 또 밀려났다.

소녀상 앞은 친일 세력 청산을 주장하는 진보성향 단체 반일행동이 천막을 치고 철야 대기를 하면서 소녀상을 지키고 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이날 주간보고에서 "수요시위를 방해하고 없애려는 자들,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고 부정하며 왜곡하려는 자들,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명예훼손을 자행하는 이들에 굴하지 않고 맞서 수요시위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수요시위 내용과 형식의 변화를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며 "국내외 극우 역사부정 세력에 대한 체계적 대응도 기획하고 있다.

지난 수요시위 30주년에 진행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은 그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찰은 집회를 진행하는 단체 간 충돌을 막기 위해 각 집회 장소 주변에 질서유지선을 설치하고 경력을 배치해 집회 장소를 분리했다. 보수성향 단체가 스피커 음향을 크게 키우면서 수요시위 진행이 차질을 빚기도 했으나 참가자들 간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자유연대는 정의연 관련 후원금 횡령·회계 의혹이 불거진 2020년 5월 말부터 종로경찰서 집회 신고 접수처에 '불침번'을 서면서 자정이 되면 곧장 집회 신고를 하는 식으로 수요시위 장소를 선점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