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방역패스 무산되나…법원 "합리적 제한 아냐" 연속 제동

법원 "청소년 신체 자기결정권 보장, 성인보다 더 필요"
학원 등 방역패스 효력정지 이후 청소년 접종률 소폭 둔화
법원이 14일 서울지역 12∼18세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청소년 방역패스 실행 가능성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이날 의료계 인사 등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지난 4일 이 법원 행정8부가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로 포함한 부분의 효력을 일시 정지한 데 이어 청소년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에 연속 제동이 걸린 것이다.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청소년 방역패스의 핵심 시설이나 다름없었던 학원에 대한 적용이 불가능해진 가운데 서울 지역에서는 아예 본안 소송 선고까지 청소년 방역패스 전체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청소년 방역패스제는 오는 3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교육 당국이 오는 3월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아직 성인보다 낮은 청소년 접종률을 끌어올리려던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특히 법원이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에 반대해온 쪽의 근거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본안 소송에서 방역 당국의 주장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재판부는 이날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중증화율이 현저히 낮고 사망 사례가 없는 청소년들을 방역패스 적용 대상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의 경우에는 부작용으로 인한 이상반응, 백신 접종이 신체에 미칠 장기적 영향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접종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성인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더욱 크다"고 언급했다.

또한 정부의 방역패스 도입에 대해서도 미접종자를 직접 보호하려는 목적보다는 감염 확산을 막고자 접종률을 제고하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청소년 방역패스에 반발해온 학생과 학부모, 학원업계 등이 청소년 접종률이 낮은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이용이 잦은 시설에 대해 방역패스를 적용하기로 한 정부 방침이 미접종자 보호보다는 사실상 접종 강요라고 보는 시각과 유사한 지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과도한 백신 패스로 학생의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백신의 안정성, 효과성에 대한 신뢰를 주고 부작용에 대한 국가 차원의 책임, 조치를 강화해 자율적인 백신 접종 유도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청소년 방역패스의 필요성을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불인정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학원·독서실 등 학습권 침해 부분에는 동의하지만,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는 장소에서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말라는 것은 과하다"며 "본안 소송을 봐야 알겠지만, 정부가 좀 더 논리를 탄탄하게 개발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방역패스 적용 계획뿐 아니라 청소년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대한 고려가 접종률 상승의 동력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청소년 접종률은 법원의 제동 결정 이후 다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0시 기준으로 13∼18세 청소년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78.1%, 2차 접종률은 64.4%를 기록했다.

법원이 학원·독서실의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한 직후인 지난 5∼7일 청소년의 1차 접종률은 0.3%포인트씩, 이번 주 들어 지난 10일부터는 0.2∼0.3%포인트씩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28일∼이번달 3일에는 청소년 1차 접종률이 매일 0.8∼1.6%포인트씩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접종률 증가세가 다소 둔화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법원 결정과 관련해 "법원의 판단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정부는 법원의 결정 취지와 방역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공식적인 정부의 입장은 월요일(17일) 중대본 회의를 거쳐 밝히겠다"고 밝혔다. 또한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CPBC라디오 '이기상의 뉴스공감'에 출연해 "(법원이) 방역패스 자체의 공익성은 인정하지만, 12∼18세 대상 적용이 공익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