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무너진 안전] ①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애타는 수색

도심 한복판 주상복합 붕괴…실종자 5명 남겨두고 일주일째 향하는 시간
첫 사망자 발견에서 수습까지 꼬박 31시간, 수색 현장 곳곳이 '암초'
[※ 편집자 주 =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도심 한복판에 짓는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째에 접어듭니다. 지난해 '철거건물 붕괴참사'의 책임 주체 가운데 하나인 현대산업개발이 또다시 전면에 등장한 이번 사고에서도 원칙을 외면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사 작업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 상태인 붕괴 사고의 경과와 문제점 등을 짚는 세 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콘크리트 더미가 외벽 일부와 함께 지상으로 쏟아져 내렸다.

공사 현장은 광천동 버스터미널과 왕복 4차로를 두고 마주하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곳이다.

회색 마천루가 꼭대기부터 허리까지 무너져내리는 듯한 참상을 많은 시민이 지켜봤다. 사고가 난 아파트 건물에 함께 세워진 140m 타워크레인마저 쓰러질 듯한 징후를 보였다.

위험반경 안 주상복합건물의 입주민과 상인 등 200여 세대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붕괴 직후 부상자 3명을 구조한 당국은 아파트 건물 안에 머물러 있었던 작업자의 행방 파악에 나섰다. 고층부에서 창호와 소방설비 등 공사를 했던 6명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들의 휴대전화 위치 신호는 붕괴 현장 주변에서 잡혔다.

붕괴는 최상층 바로 아래층인 38층부터 23층까지 16개 층에 걸쳐 이뤄졌고, 잔해가 쏟아진 지상과 지하층도 일부 매몰됐다.

위험 요인이 많은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가 들어가야 할 공간이 많았다.

눈보라가 몰아치면서 해는 일찍 저물었다.

구조대가 안전사고를 당할 위험이 커지자 실종자 6명을 남겨두고 첫날 수색은 중단됐다.

다음날 당국은 긴급 안전진단을 거쳐 수색 재개를 결정했다.

구조대원의 발이 닿지 않는 잔해 사이에서 실종자들의 체취를 따라갈 수색견이 사고 현장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열화상카메라와 무인비행장치(드론) 등 첨단 장비도 투입됐다.

세찬 바람에 굵은 눈발이 날리는 악천후가 이어지면서 수색은 좀체 속도를 내지 못했다.

단 한 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둘째 날 수색도 날이 저물자 중단됐다.

붕괴 3일 차 오전 11시 14분께 지하주차장 입구 근처에서 뒤엉킨 철근 가락과 콘크리트 더미 틈 밖으로 빠져나온 팔 하나가 발견됐다.

쏟아진 잔해에 천장이 뚫린 지하 공간이자 수색견의 이상 반응이 나타난 지점이었다.

구조대는 철근 가락 뭉치를 하나하나 자르며 지상과 지하 양쪽에서 잔해에 매몰된 실종자를 향해 접근해갔다.

붕괴 나흘째인 14일 오후 6시 49분께 매몰 상태에 있던 실종자가 지상으로 나왔다.

발견 시점으로부터 꼬박 31시간이 걸렸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숨진 상태로 이번 사고 첫 희생자가 발생했다.
닷새째 수색이 매몰자 발견 지점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다른 실종자들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붕괴면 경사에 매달린 잔해에서 콘크리트 조각이 쏟아지는 등 위험한 현장 상황도 개선되지 않았다.

구조 당국은 남은 실종자 5명이 붕괴가 이뤄진 고층부의 잔해 어딘가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울어진 타워크레인의 해체와 붕괴면 잔해 제거를 시작조차 못 하면서 수색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타워크레인을 해체하고 상층부 잔해를 걷어낼 1천200t(톤) 대형 크레인은 17일께 투입될 예정이다.

실종자들의 가족이 천막 안에서 기적을 기다리는 사이 시간은 일주일째를 향하고 있다.

그사이 누군가는 실종자 가족에서 유가족이 돼 가족의 주검을 거뒀다.
천막을 떠나는 가족도 남겨진 이들도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만 더했다.

남은 이들은 구조가 지연될수록 그날의 참상이 기억에서 잊혀 가족들만 외톨이처럼 남겨질 상황을 두려워한다. 실종자 가족 모임 관계자는 "우리의 목소리나 상황을 외부에서는 잘 모를 것이다"며 "저희의 바람은 생사라도, 어느 지점에 있는지 만이라도 알고 싶은 것뿐"이라고 16일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