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中 둔화 가속…한국 경제에 '회색 코뿔소' 잇단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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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 인상 속도 내면 자본유출 우려…"부동산 거품·가계 빚 불안"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도 경계…"충격 최소화 등 위험 관리 강화해야"
한국 경제 가까이에 '회색 코뿔소'(gray rhino)가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긴축 정책 가속과 중국의 급격한 경기 둔화 등이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부동산 거품 붕괴와 가계 부채 부실의 표면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회색 코뿔소는 끊임없는 경고 신호가 있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을 뜻한다. 미국의 작가이자 정책분석가인 미셸 부커 전 세계정책연구소장이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연례 회의인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예상하기 극히 어렵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블랙 스완'(black swan·검은 백조)과 대조된다.
미셸 부커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와 관련,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정치인 등 소위 권력자들이 경고 신호를 감지하지 못한 변명으로 블랙 스완을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도 예기치 못한 문제가 아니다.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대규모 전염병에 세계가 취약하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 미국 긴축 가속페달 밟나…"자본유출·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
미국의 긴축 행보는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이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 유출이 가시화할 수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은행(Fed·연준)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 인준 청문회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경우 금리를 예상보다 더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0% 올라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긴축에 대비하라고 신흥국에 주문했다.
IMF는 연준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 수요와 교역 둔화를 동반하면서 신흥시장의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높아진 금리를 좇아 돈이 빠져나가고 이 과정에서 각국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긴축 속도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물가 급등 억제를 위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내 금리 상승은 가계부채, 주택가격과 맞불려 경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세는 대출 규제 강화로 꺾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1천744조7천억원에 이른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969조원으로 절반이 넘은 55.5%를 차지했다.
지난해 1~9월 주택담보대출이 58조5천억원 늘어 2020년 같은 기간 증가액의 1.2배에 달했다.
아파트 가격 급등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불릴 정도로 대출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 영향으로 자본이 유출되고, 국내 금리 상승이 부동산 버블 붕괴와 가계부채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런 위험 요인이 동시에 오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빠르게 식는 '세계의 공장'…중국발 위험도 커져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식어가는 경제도 문제다.
중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로 1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이 1분기 18.3%에서 2분기 7.9%, 3분기 4.9%에 이어 급격히 둔화했다.
연간 성장률은 8.1%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코로나19 확산과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강력한 방역 정책, 부동산시장 위축 등으로 5%를 넘기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4.3%, JP모건은 4.9%로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22년 한국 경제의 10대 키워드' 보고서에서 "중국 내 부동산 버블, 그림자 금융, 지방정부 부채 등 세 마리 '회색 코뿔소'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도가 낮아 부동산 거품 붕괴 때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회색 코뿔소 때문에 중국 경제가 급격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경우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수출액 기준 약 25%)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는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주 실장은 "중국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예의주시하고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우리 금융·통상 당국과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공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경계해야 할 회색 코뿔소로 부채, 자산 가격 과열, 중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박 연구원은 "회색 코뿔소 리스크의 현실화 여부는 물가와 코로나19 추이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미 연준 긴축의 강도와 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물가 리스크이고 물가 압력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 추이"라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멀리 있던 회색 코뿔소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상황"이라며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긴축 전화 과정에서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충격 최소화, 금융권 위험 관리 강화를 3대 과제로 제시했다.
/연합뉴스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도 경계…"충격 최소화 등 위험 관리 강화해야"
한국 경제 가까이에 '회색 코뿔소'(gray rhino)가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경고음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긴축 정책 가속과 중국의 급격한 경기 둔화 등이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부동산 거품 붕괴와 가계 부채 부실의 표면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회색 코뿔소는 끊임없는 경고 신호가 있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을 뜻한다. 미국의 작가이자 정책분석가인 미셸 부커 전 세계정책연구소장이 2013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연례 회의인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예상하기 극히 어렵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블랙 스완'(black swan·검은 백조)과 대조된다.
미셸 부커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와 관련,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정치인 등 소위 권력자들이 경고 신호를 감지하지 못한 변명으로 블랙 스완을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도 예기치 못한 문제가 아니다.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대규모 전염병에 세계가 취약하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있었다는 것이다. ◇ 미국 긴축 가속페달 밟나…"자본유출·부동산 거품 붕괴 우려"
미국의 긴축 행보는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다. 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이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본 유출이 가시화할 수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은행(Fed·연준)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 인준 청문회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경우 금리를 예상보다 더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7.0% 올라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긴축에 대비하라고 신흥국에 주문했다.
IMF는 연준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 수요와 교역 둔화를 동반하면서 신흥시장의 자본 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높아진 금리를 좇아 돈이 빠져나가고 이 과정에서 각국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긴축 속도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물가 급등 억제를 위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내 금리 상승은 가계부채, 주택가격과 맞불려 경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주택가격 상승세는 대출 규제 강화로 꺾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1천744조7천억원에 이른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이 969조원으로 절반이 넘은 55.5%를 차지했다.
지난해 1~9월 주택담보대출이 58조5천억원 늘어 2020년 같은 기간 증가액의 1.2배에 달했다.
아파트 가격 급등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불릴 정도로 대출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 영향으로 자본이 유출되고, 국내 금리 상승이 부동산 버블 붕괴와 가계부채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런 위험 요인이 동시에 오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빠르게 식는 '세계의 공장'…중국발 위험도 커져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식어가는 경제도 문제다.
중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로 1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이 1분기 18.3%에서 2분기 7.9%, 3분기 4.9%에 이어 급격히 둔화했다.
연간 성장률은 8.1%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코로나19 확산과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강력한 방역 정책, 부동산시장 위축 등으로 5%를 넘기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4.3%, JP모건은 4.9%로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22년 한국 경제의 10대 키워드' 보고서에서 "중국 내 부동산 버블, 그림자 금융, 지방정부 부채 등 세 마리 '회색 코뿔소'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도가 낮아 부동산 거품 붕괴 때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회색 코뿔소 때문에 중국 경제가 급격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경우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수출액 기준 약 25%)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는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주 실장은 "중국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예의주시하고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우리 금융·통상 당국과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한 공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경계해야 할 회색 코뿔소로 부채, 자산 가격 과열, 중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박 연구원은 "회색 코뿔소 리스크의 현실화 여부는 물가와 코로나19 추이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미 연준 긴축의 강도와 속도를 좌우하는 것은 물가 리스크이고 물가 압력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는 코로나19 추이"라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3일 "멀리 있던 회색 코뿔소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상황"이라며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긴축 전화 과정에서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충격 최소화, 금융권 위험 관리 강화를 3대 과제로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