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선 4차 투표도 당선자 결정 난망…"내일이 D-데이"

주요 정당들, 백지투표 또는 기권…후보 천거 협상 속도낼듯
이탈리아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주요 정당들의 물밑 협상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27일(현지시간) 4차 투표도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모양새다. 의회 최다 의석을 가진 오성운동(M5S)과 민주당(PD) 등 범좌파 정당 그룹은 소속 대의원들이 '백지 투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대 극우당인 동맹(Lega)·이탈리아형제들(FdI)과 중도 우파 전진이탈리아(FI)가 속한 우파 연합은 이날 기권할 예정이라고 공영방송 라이(Rai) 뉴스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양측이 공통 후보 추천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당선 문턱이 전체 대의원(1천9명) 3분의 2 찬성에서 과반으로 낮아진 4차 투표에서도 당선자를 확정할 가능성은 희박해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24∼26일 치러진 1∼3차 투표 역시 백지 용지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당선자를 내는 데 실패한 바 있다.
다만, 정가에서는 이날 양측이 중립적 단일 후보를 찾기 위한 협상에 속도를 올리면서 28일 5차 투표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양측이 단일 후보 조건을 둘러싼 의견차를 조금씩 좁혀가고 있다는 관전평도 있다.

대선 국면에서 독자 노선을 걸어온 중도 정당 생동하는 이탈리아(IV) 당수 마테오 렌치 전 총리도 "내일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며 5차 투표 결과에 무게를 뒀다.

가장 유력한 당선권 후보로 꼽혔던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대선 투표가 개시된 뒤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1∼3차 각 투표에서의 득표수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불안정한 좌·우 동거 내각을 지탱해온 드라기 총리의 공백이 정국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정파 간에 널리 공유되면서 사실상 뒷순위로 밀린 카드가 된 모양새다.

주요 정당들도 드라기 총리의 대안 후보를 지명하는데 협상력을 모으는 분위기다. 하지만 좌·우파 정당 그룹이 끝내 단일 후보 찾기에 실패할 경우 유일한 선택지로 드라기 카드가 다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