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매출 0원"…부산 관광업계 고사 위기

여행사 "손님 없어 겨우 명맥 유지…휴업·폐업 속출"
부산시관광협회 "김해공항 괌·사이판 노선 주 2회 증편해야"
"지방에서 해외여행 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1년 넘게 매출이 전혀 없습니다. 가장 어려운 상황인 여행업이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빠져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습니다.

"
2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여행업을 하는 김모씨는 혼자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10여 명의 직원이 근무했지만,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나면서 지금 남은 사람은 김 대표뿐이다. 김 대표는 "소상공인은 영업이라도 할 수 있지만, 단체관광이 사라진 여행업계는 사무실 문을 열어도 손님을 받을 수 없는 지경"이라며 "많은 여행사가 휴업하거나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으며 더는 버티지 못해 폐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를 선언하고 단계적으로 지방 공항 국제선을 확대한다는 방침에 따라 김해공항에서 괌과 사이판 운항을 허가할 때만 하더라도 지역 관광업계도 모처럼 기대감에 부풀었다.

직원들의 업무 복귀를 시도하던 관광업계의 기대는 잠시뿐이었다.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겨우 남아있던 관광업계의 온기마저 다시 차갑게 식어버렸다.
에어부산이 지난 23일 부산∼사이판 노선을 신규로 취항했지만 220석 중 24석(11%)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부산이 지난해 11월 27일 취항한 부산∼괌 노선은 고객을 채우지 못해 2월 한 달간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부산 관광업계는 김해공항 국제선 2개 노선 모두 주 1회 운항으로는 여행객을 모집하기 어렵다며 국제선 노선 확대와 운항 횟수 확대를 요구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사이판은 트레블 버블이 적용되고 괌은 자가격리가 적용되지만, 인기 여행지"라며 "인천은 국제선 노선이 많아 2∼4박 여행 상품 구성이 가능하지만, 김해공항은 주 1회 운항으로 7박 8일 상품밖에 없어 시간과 비용부담을 감수해야 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부산시관광협회는 "다양한 여행상품 구성이 가능한 수도권과는 달리 지역에서는 국제선 노선 하나하나가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생사가 달린 생명줄과 같다"며 "정부가 생명줄을 만들어주지는 못할망정 하나 있는 생명줄마저 끊는다면 관련업 종사자를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