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하지만 중국인과 만나지 마세요"…'폐쇄루프' 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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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관계자들과 베이징 시민 접촉 원천봉쇄
커다란 벽으로 막은 호텔…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격리 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해 총회에서 올림픽의 모토인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에 '다 함께'를 추가했다.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인이 유대감을 가지게 하겠다는 의미다.
'유대감'은 올림픽의 오래된 전통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도 올림픽의 정신을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는 올림픽 정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최우선 가치는 유대감 고취가 아닌 방역인 것 같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면서 일명 '폐쇄루프'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경기장, 선수촌, 훈련장 등을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하는 방식이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은 폐쇄루프 방식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외부 손님들과 베이징 시민들의 접촉을 봉쇄하고 있다. ◇ 중국 입국 절차부터 전쟁…코로나 검사 2번에 백신 접종까지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 취재진, 관계자들은 중국 땅을 밟기 위해 2주 전부터 각종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베이징올림픽 코로나19 방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출국 2주 전부터 매일 몸 상태를 써넣어야 하고, 중국 입국 96시간을 앞두고는 지정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두 차례나 받아야 한다.
2020 도쿄하계올림픽에서 권고 사항이었던 백신 접종도 필수적으로 완료해야 한다.
관계자들은 각종 개인 정보와 음성 판정 결과지, 백신 접종 증명서 등을 애플리케이션에 업로드하고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중국행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
◇ 인천공항부터 시작된 '폐쇄루프'…모든 중국인은 방호복 차림
올림픽 관계자들과 중국 국민들의 '거리두기'는 비행기에 타는 순간부터 이뤄진다.
23일 올림픽 관계자들을 태운 인천국제공항발 베이징행 '에어차이나' CA124편 중국 승무원들은 온몸을 덮은 흰색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승무원들의 방역 조처는 끝이 없었다.
이들은 기내에서도 승객들의 체온을 쟀다.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올림픽 관계자들에게 일반 승객보다 먼저 내리라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관리 문제 때문이었다.
방호복을 입은 공항 직원들은 올림픽 관계자들을 특정 구역으로 이동시켰고, 올림픽 관계자들은 복잡한 입국 절차를 밟았다. ◇ "접촉을 막아라" 베이징에선 볼 수 없는 베이징 시민들
입국 과정에서도 올림픽 관계자들은 중국인들과 거의 접촉하지 못했다.
무인기기를 이용해 신분을 확인하는 QR코드 용지를 받은 뒤 입국 심사, 코로나19 검사를 차례대로 받았다.
콧속에서 채취한 검체를 이용하는 비인두도말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한국에서 받는 검사와 비슷했다.
중국 당국은 검사받는 장면을 따로 촬영해 저장해두기도 했다.
짐을 찾는 방식도 달랐다.
방호복을 입은 수십 명의 공항 직원들은 올림픽 관계자들의 수하물을 따로 가져와 직접 찾아가게 했다.
일반 승객들과 동선을 분리하기 위한 조처다.
올림픽 관계자들이 공항을 빠져나가는 입국장도 일반 입국장과 달랐다.
예닐곱대의 전용 버스는 입국장 출구 바로 앞에 정차해 관계자들이 곧바로 승차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버스 안 좌석과 운전석은 투명한 판으로 분리돼 있다.
마치 죄수 호송 차량 같았다.
이 역시 올림픽 관계자들과 베이징 시민인 운전기사의 접촉을 막기 위한 것이다. ◇ 호텔의 요새화…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올림픽 전용 차선을 통해 수십 분을 달려 도착한 전용 호텔은 일반 호텔과 달랐다.
사방이 큰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요새 같았다.
버스가 호텔 앞에 도착하자 중국 공안들은 개폐형 담을 열었고, 버스는 이를 통과해 호텔 입구 앞으로 이동했다.
생소한 광경은 호텔에서도 이어졌다.
호텔 직원들은 해외 취재진과 대면하지 않았다.
투명한 판으로 가로막힌 체크인 데스크 뒤에서 검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리켰다.
테이블 위엔 당일 체크인 예정인 한국인 취재진 숫자대로 비닐봉지가 놓여있었다.
취재진은 방호복을 입은 호텔 직원들의 지시대로 봉지 안에 있는 서류를 직접 꺼내 작성한 뒤 열쇠를 꺼내 방 안으로 들어갔다. 호텔 직원은 "(공항에서 받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방안에서 절대로 나오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약 2시간 만에 나왔고, 음성 판정을 받은 한국 취재진 전원은 방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약간의 자유를 얻었다.
◇ 편의점도 갈 수 없다…코로나 검사는 매일 받아야
자유엔 제약이 많다.
올림픽 관계자들은 1층 로비와 호텔 내 식당을 출입할 수 있지만, 호텔 담장 밖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올림픽 관계자들은 중국 방문 기간 올림픽 셔틀버스와 방역 택시를 이용해 경기장, 훈련장, 미디어센터 등 정해진 장소만 갈 수 있다.
편의점, 외부 식당은 이용할 수 없다.
강도 높은 방역 조처는 올림픽 기간 내내 계속된다.
올림픽 관계자들은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부에선 중국 당국의 방역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일본 입국 후 일정한 시일이 지나면 외출을 할 수 있고,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 환경마저 바꿔버렸다.
/연합뉴스
커다란 벽으로 막은 호텔…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격리 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해 총회에서 올림픽의 모토인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에 '다 함께'를 추가했다.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인이 유대감을 가지게 하겠다는 의미다.
'유대감'은 올림픽의 오래된 전통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의 주제가인 '손에 손잡고'도 올림픽의 정신을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는 올림픽 정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최우선 가치는 유대감 고취가 아닌 방역인 것 같다.
중국 당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면서 일명 '폐쇄루프'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경기장, 선수촌, 훈련장 등을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하는 방식이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은 폐쇄루프 방식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외부 손님들과 베이징 시민들의 접촉을 봉쇄하고 있다. ◇ 중국 입국 절차부터 전쟁…코로나 검사 2번에 백신 접종까지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 취재진, 관계자들은 중국 땅을 밟기 위해 2주 전부터 각종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베이징올림픽 코로나19 방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출국 2주 전부터 매일 몸 상태를 써넣어야 하고, 중국 입국 96시간을 앞두고는 지정 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두 차례나 받아야 한다.
2020 도쿄하계올림픽에서 권고 사항이었던 백신 접종도 필수적으로 완료해야 한다.
관계자들은 각종 개인 정보와 음성 판정 결과지, 백신 접종 증명서 등을 애플리케이션에 업로드하고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중국행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다.
◇ 인천공항부터 시작된 '폐쇄루프'…모든 중국인은 방호복 차림
올림픽 관계자들과 중국 국민들의 '거리두기'는 비행기에 타는 순간부터 이뤄진다.
23일 올림픽 관계자들을 태운 인천국제공항발 베이징행 '에어차이나' CA124편 중국 승무원들은 온몸을 덮은 흰색 방호복을 입고 있었다.
승무원들의 방역 조처는 끝이 없었다.
이들은 기내에서도 승객들의 체온을 쟀다.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올림픽 관계자들에게 일반 승객보다 먼저 내리라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관리 문제 때문이었다.
방호복을 입은 공항 직원들은 올림픽 관계자들을 특정 구역으로 이동시켰고, 올림픽 관계자들은 복잡한 입국 절차를 밟았다. ◇ "접촉을 막아라" 베이징에선 볼 수 없는 베이징 시민들
입국 과정에서도 올림픽 관계자들은 중국인들과 거의 접촉하지 못했다.
무인기기를 이용해 신분을 확인하는 QR코드 용지를 받은 뒤 입국 심사, 코로나19 검사를 차례대로 받았다.
콧속에서 채취한 검체를 이용하는 비인두도말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한국에서 받는 검사와 비슷했다.
중국 당국은 검사받는 장면을 따로 촬영해 저장해두기도 했다.
짐을 찾는 방식도 달랐다.
방호복을 입은 수십 명의 공항 직원들은 올림픽 관계자들의 수하물을 따로 가져와 직접 찾아가게 했다.
일반 승객들과 동선을 분리하기 위한 조처다.
올림픽 관계자들이 공항을 빠져나가는 입국장도 일반 입국장과 달랐다.
예닐곱대의 전용 버스는 입국장 출구 바로 앞에 정차해 관계자들이 곧바로 승차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버스 안 좌석과 운전석은 투명한 판으로 분리돼 있다.
마치 죄수 호송 차량 같았다.
이 역시 올림픽 관계자들과 베이징 시민인 운전기사의 접촉을 막기 위한 것이다. ◇ 호텔의 요새화…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올림픽 전용 차선을 통해 수십 분을 달려 도착한 전용 호텔은 일반 호텔과 달랐다.
사방이 큰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요새 같았다.
버스가 호텔 앞에 도착하자 중국 공안들은 개폐형 담을 열었고, 버스는 이를 통과해 호텔 입구 앞으로 이동했다.
생소한 광경은 호텔에서도 이어졌다.
호텔 직원들은 해외 취재진과 대면하지 않았다.
투명한 판으로 가로막힌 체크인 데스크 뒤에서 검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리켰다.
테이블 위엔 당일 체크인 예정인 한국인 취재진 숫자대로 비닐봉지가 놓여있었다.
취재진은 방호복을 입은 호텔 직원들의 지시대로 봉지 안에 있는 서류를 직접 꺼내 작성한 뒤 열쇠를 꺼내 방 안으로 들어갔다. 호텔 직원은 "(공항에서 받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방안에서 절대로 나오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약 2시간 만에 나왔고, 음성 판정을 받은 한국 취재진 전원은 방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약간의 자유를 얻었다.
◇ 편의점도 갈 수 없다…코로나 검사는 매일 받아야
자유엔 제약이 많다.
올림픽 관계자들은 1층 로비와 호텔 내 식당을 출입할 수 있지만, 호텔 담장 밖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
올림픽 관계자들은 중국 방문 기간 올림픽 셔틀버스와 방역 택시를 이용해 경기장, 훈련장, 미디어센터 등 정해진 장소만 갈 수 있다.
편의점, 외부 식당은 이용할 수 없다.
강도 높은 방역 조처는 올림픽 기간 내내 계속된다.
올림픽 관계자들은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부에선 중국 당국의 방역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일본 입국 후 일정한 시일이 지나면 외출을 할 수 있고,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 환경마저 바꿔버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