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10명 중 2명 오픈채팅 경험…'온라인 그루밍' 위험 노출

청소년정책연구원 '디지털 성범죄 현황 및 대응방안 연구'
여중고생 10%, 기프티콘 받은 경험…11%는 대면 만남도
국내 청소년 10명 중 2명가량은 온라인 그루밍 범죄의 통로로 지목되는 오픈 채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학생 이상 여자 청소년 10명 중 1명가량은 낯선 사람으로부터 기프티콘을 받는 등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그루밍이란 채팅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하고 피해자를 길들여 성적으로 착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3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현황 및 대응방안 연구'에서 장근영 선임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아동·청소년이 디지털 성범죄나 그루밍에 얼마나 노출돼 있나 살펴보기 위해 실태조사를 했다. 지난해 6∼8월 초등학교 5학년∼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 3천78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전체 청소년의 16.3%, 특히 여자 청소년의 21.7%는 익명 계정을 보유·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온라인 매체 가운데 익명계정과 오픈채팅은 익명의 불특정 다수와 만나는 대표적 통로이며, 많은 디지털 성범죄자들이 아동·피해자들을 찾아내는 통로기도 하다.

오픈채팅 참여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비중은 19.6%에 달했으며, 오픈채팅을 해본 청소년 중 75.4%는 낯선 타인으로부터 개인톡을 받아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온라인에서 모르는 이에게 이유 없이 선물을 받은 경험은 남자 청소년보다는 여자 청소년이 많았다.

온라인 그루밍은 호의와 친절을 가장한 접근으로 시작되는데, 기프티콘이나 문화상품권 같은 작은 선물을 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등학교 1학년(12.4%)과 중학교 1학년(14.3%) 등 10% 안팎의 여자 중·고교생은 낯선 이로부터 이런 선물을 받아본 적 있다고 답했다. 또 이런 제안을 받은 청소년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를 거절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학교 1학년 여자 청소년의 53.3%, 중학교 2학년 여자 청소년의 56.3%는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온라인을 통해 만난 낯선 이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준 경우도 많았다.

나이를 알려준 경험 있다는 응답자는 56.2%에 달했다.

이름을 알려준 경우는 37.8%, 사는 지역이나 생년월일을 알려준 경우는 4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는 응답자 비중은 17.1%였다.

온라인에서의 만남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전체 청소년 중 10.2%는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을 직접 만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여자 청소년(11.5%)이 남자 청소년(9%)보다 높았다.
특히 중학교 2학년 여자 청소년의 15.4%, 고등학교 2학년 여자 청소년의 16.7%가 이런 오프라인 만남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가본 곳을 묻는 항목(복수 응답)에 대부분 청소년은 식당(45.1%)이나 공원(24.3%), PC방(22.9%) 같은 공공장소에서 만났다고 답했다.

온라인 그루밍은 협박을 동반한 성 착취로 이어질 수 있어 법·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제언했다.

연구진은 "이미 초등학생 시기부터 많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익명 채팅 등으로 온라인에서 낯선 이를 만나고 있으며, 특히 여자 청소년들이 이런 만남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다"며 "디지털 성범죄의 예방 교육 연령대를 최소한 초등학교 고학년 시점까지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그루밍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실제 만남이 없어도 그루밍 행위 자체에 대해 처벌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