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식이 미국보다 낫다"…월가서 추천 쏟아지는 이유

월가에서 유럽 주식에 대한 매수 추천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 경제의 회복세가 올해 미국보다 나을 것이고, 비싸진 미국 주가에 비해 유럽 증시가 상대적으로 싸다는 얘기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에 비해 유럽은 가치주가 많기 때문에, 경기 회복기에 상대적 수익률이 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 등 글로벌 시장 전략가들은 8일자 보고서에서 "최근 유럽의 급격한 금리 변동은 지난 경기 사이클 때 유럽을 괴롭혔던 낮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디스인플레이션(물가가 조금씩 낮아지는 것), 성장 없는 기업 실적 등의 문제가 마침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라며 "유럽의 장기적으로 저조한 실적에 대한 가장 큰 이유 중 일부가 바뀌기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높아진 차입 비용은 경제 성장에 의해 상쇄될 것"이라면서 유로존의 걱정거리인 이탈리아와 같이 부채가 많은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낙관적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더 높은 금리는 유럽 은행주 등에 대한 비중확대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한때 저성장과 매우 낮은 이익을 냈던 에너지, 통신 등 가치주들도 근본적인 실적 개선을 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의 그레이엄 세커 유럽주식 전략가도 이번주 보고서에서 "정상화되고 있는 상당히 양호한 거시경제적 배경, 기업 이익의 강세 추세 및 (미국 대비 저렴한) 주가수익비율(P/E)을 고려할 때 유럽 주식의 초과 성과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세커 전략가는 유로존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긴축적 통화정책을 반영하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전환은 유럽 증시의 주력인 가치주의 강세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의 경제 데이터가 계속 개선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미국보다 낮다면서 미국보다 유럽에 위험 요인이 적다라고 평가했다.

ECB는 지난 3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긴축 전환을 시사했다. 하지만 긴축 강도는 미국에 비해 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로존의 물가도 높긴 하지만 미국보다 낮은데다 에너지 가격 위주로 상승한 만큼 임금, 집값 문제가 구조적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미국에 비해선 우려가 덜하다.
UBS자산운용의 마크 헤펠 수석투자전략가(CIO)는 8일자 보고서에서 "유럽 주식이 ECB의 점진적 긴축 정책으로 인한 역풍에 대처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믿는다"라고 주장했다. 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가 밝힌 것처럼 긴축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UBS는 유로존의 GDP 성장률이 올해 4.2%에 달해 작년 5.2%보다는 둔화되지만 여전히 추세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헤펠 CIO는 "유로존의 실적 회복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MSCI EMU 지수가 올해 8% 수익률을 낼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그는 MSCI EMU 주식의 P/E는 15배 수준으로 글로벌 주식 대비 14% 할인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UBS는 "유로존 주식은 우리가 선호하는 자산군으로 남아 있으며 시장은 강력한 글로벌 성장의 주요 승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