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성추행 의혹 경남 국립대 인권센터 '유명무실'

"미온적 대처로 학생 보호 못 해…전문성도 부족" 지적
3월부터 대학 인권센터 설치 의무화…전문성 확보 방안은 '글쎄'
경남 한 국립대 교수의 학생 성추행·희롱 의혹과 관련해 최초 신고부터 징계 절차까지 1년 이상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학 인권센터가 제구실을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 교수의 성추행·희롱 사건은 2020년 하반기 무렵 불거졌다.

이 시기 피해 학생은 학교 인권센터에 A 교수의 행위를 신고했지만, 별다른 처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한 피해 학생은 이듬해 같은 피해를 겪은 학생 6명을 모아 인권센터에 재차 신고했다. 조사를 벌인 인권센터는 올해 1월 A 교수의 행위가 신체적·언어적 성희롱이라고 판단해 징계위에 징계를 요구했다.

용기 낸 피해 학생은 인권센터의 미온적인 대처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며 "학교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신고 이후에도 A 교수가 계속 강단에 서면서 피해 학생들이 휴학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피해자 측은 "여느 성 비위 사건이 그렇듯 가해자와 피해자를 우선 분리하기 위해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가 강의를 중단하도록 해야 했다"며 "우위 권력을 가진 가해 교수가 계속 강의하면 피해 학생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피해 구제를 위해 형사처벌 필요성을 논의하는 등 사법기관과 협조하려는 의지 역시 부족했다고 피해자 측은 전했다.

경남경찰청은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학교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등 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학업과 취직 준비를 병행하면서 경찰 신고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는 피해자가 몇이나 되겠냐"며 "사건을 인지한 인권센터가 신고 주체로 나서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직원 채용 시 자격 기준을 강화해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확인 결과 센터장을 비롯한 구성원 중 법학 계열 전공자는 없었으며, 실제로 피해자 측의 법적 절차 문의에 대해 직원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대학 인권센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건을 조사할 때 법적인 판단을 해야 해 법을 전공하거나 경험한 사람이 필요하다"며 "인권센터가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전문성 확보가 중요하지만, 예산상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센터 측은 "인권위원회 외부위원으로 변호사가 있으며, 피해자가 원하면 사법기관 협조도 받을 수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센터의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오는 3월부터 대학 내 인권센터 설치가 의무화된다.

교육부는 인권센터 독립성 보장을 위해 시행령에 센터장 자격과 센터 지위, 운영위원회 구성 조건 등을 담을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성을 위한 인력 확보 방안 등은 학교마다 여건이 다르다는 이유로 법제화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인권센터가 역량을 갖추고 적절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각종 매뉴얼과 예방자료 등을 제공하고, 필요한 부분은 시행령에 담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