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철수 혼란은 바이든 정부 내 혼선·우유부단함 때문"

WP, 미군보고서 인용 보도…"국무부·국방부 간 혼선이 대피 지장 초래"

지난해 8월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입성 당시 미국의 철수 과정에서 큰 혼란이 빚어진 것은 바이든 행정부 내 국무부와 국방부 간 혼선과 우유부단함 때문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군 보고서를 인용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정보공개법을 통해 기밀 해제된 미군 사후보고서 2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철수 과정에서 국방부의 미군과 국무부의 외교관 사이에 혼선이 계속됐고, 관리들의 우유부단함으로 대사관 폐쇄가 늦어져 혼란이 발생하면서 전체 철수 과정도 위험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2편의 보고서는 미군이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마지막으로 떠나고 3주 후인 9월 미군 중부사령부에 배속된 관리들이 작성한 것으로, 미군 고위 지휘관들이 앞서 "허술하고 잘못 관리된 철수 과정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지적한 것과 일치한다고 WP는 전했다. 군 지휘관들은 앞서 백악관과 국무부 관리들이 지난해 탈레반이 빠르게 진격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카불 함락 수주 전 대피를 준비해야 한다는 군 요청도 거부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밀 해제된 사후 분석 자료는 작년 8월 26일 카불 공항의 출입구 중 하나인 '애비게이트' 밖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병사 13명과 아프간인 170여 명이 숨진 사건에 관한 2천쪽 분량의 미군 공식 보고서에 포함된 것으로, 수십 건의 증인 인터뷰와 사실 확인 등 아프간 전쟁 마지막 17일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보고서에서 국방부 관리들은 철수에 관한 '몇 가지 결정'과 '몇 가지 결정의 부재'로 인해 공항의 안전을 확보하는 임무를 맡은 미군이 여러 문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철수가 지연된 데에는 국무부 관리들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대피가 진행되는 와중에 국무부가 대사관 직원들로 구성된 팀을 교대시킨 것도 잘못된 조치로 지적됐다.

수백 명의 미국인과 아프간인들이 생소한 신청 절차를 거쳐 출국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새로운 영사팀을 가동한 국무부의 이 조치가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영사관 직원들은 게이트에서 모든 과정을 감독할 만큼 인력이 충분치 않았고, 이 때문에 게이트에 있던 국방부 인력이 국무부 업무 경험도 없이 현장에서 수많은 민간인에게 둘러싸인 채 서류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혼란은 카불 철수 전 며칠 동안 큰 혼란을 초래하면서 공항 활주로에서 절박한 아프간 민간인들이 미군 항공기에 매달리는 끔찍한 장면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자살폭탄 공격으로 인한 미군과 아프간 민간인들의 희생으로 연결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이 같은 사후보고서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며, 철수 과정에 대한 군 지휘관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국민들이 사후 보고서가 없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 관리는 사키 대변인의 발언은 WP가 입수한 애비게이트 자살폭탄 테러 사건에 관한 보고서가 아니라 앞으로 나올 예정인 아프간 전쟁 종전에 관한 더욱 광범위한 검토보고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