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무죄' 신광렬 판사 "다하지 못한 부분, 새 길에서"

퇴직 앞두고 법원 내부망에 소회…"법원은 저력이 있다"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신광렬(57·사법연수원 19기)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퇴임을 앞두고 법원 구성원들에게 소회를 밝혔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신 부장판사는 전날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사직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1993년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에 초임 판사로 임관한 지 벌써 30년이 흘렀다"며 "이제는 때가 된 것 같아 정든 법원을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30년 전 법관을 지망하면서 '적어도 내가 하는 재판에서는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그리고 사람들이 바라는 정의 실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판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썼다.

이어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나는 왜 판사가 되었는가', '나는 왜 판사를 계속하는가'를 수시로 자문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 했고, '이 사건에서 지켜져야 할 정의는 무엇인가'를 늘 가슴에 새기며 재판에 임하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능력이 부족해 그 다짐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법원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부분은 새로운 길에서 채워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신 부장판사는 또 "법원은 우리나라의 다른 어느 조직보다도 훌륭한 인재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이고, 적지 않은 역경과 질곡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역할을 감당해온 저력이 있다"며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지나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사그라지지 않는 열정과 헌신이 마침내는 사법부를 국민의 굳건한 신뢰 위에 바로 세우리라 확신한다"고 썼다.

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판사들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막고자 영장 청구서에 담긴 사건 기록에서 수사 상황과 향후 계획을 수집한 뒤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로 2019년 3월 기소됐다. 그러나 신 부장판사와 당시 영장 전담 판사였던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모두 1∼3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지난달 24일 "법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며 신 부장판사에게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신 부장판사는 대법원의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신 부장판사는 최근 발표된 법관 인사를 앞두고 퇴직을 신청해 이달 법원을 떠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