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생가 간 尹, "나라 살린 혁명" 예찬하며 텃밭 다지기(종합)

1박 2일 대구·경북 집중 유세…박빙 판세 속 전통 지지층 구애
박근혜 '정치적 고향' 대구 달성도 방문…직접 언급은 없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18일 1박 2일 일정으로 대구·경북(TK)을 돌며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공식 선거운동 초반 호남과 충청, 수도권에서 중도층 표심을 공략한 데 이어 '집토끼' 단속에 나선 것인데 윤 후보는 보수 진영이 존경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다.

우선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초상화 앞에서 헌화하고 묵념했다.

실물 크기의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사진 옆에 서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생가 방문은 윤 후보의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국정농단 수사 대상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 때문에 특히 주목받았다.

윤 후보는 이 때문에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일부 경쟁자로부터 공격받았으며, 작년 9월 생가를 방문했을 때는 일부 시민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지자 약 500명이 모여 환영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모임인 '박사모' 깃발도 보였다. 지지자들은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프랑스 민중이 자유를 위해 봉기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주제곡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를 틀었다.

윤 후보는 기자들에게 "우리 박정희 대통령께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행하시고 농촌 새마을운동을 통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사회 혁명을 이뤄내신 분"이라고 말했다.

방명록에도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사회 혁명 다시 제대로 배우겠습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구미역에서도 유세차에 올라 "이 나라를 완전히 바꾸셨다.

그게 바로 혁명이다"라며 박정희 찬가를 이어갔다.

그는 "시대에 뒤떨어진 좌파 사회혁명 이론이 아니고 나라를 살리고 국민을 살리는 이게 바로 진정한 혁명"이라며 민주당을 향해 "40년, 50년 전에 한물간 사회혁명, 그 이념에 도취해서, 그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폄훼했다.

또 "박정희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경제사회의 혁명을 통해서 가난과 기아에서, 그래도 우리가 민주화를 추진할 만큼의 경제력과 교육을 만들어 내셨다"고 평가했다.

윤 후보는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지낸 대구 달성군으로 이동했다.

달성군에는 박 전 대통령이 퇴원 후 입주하려고 마련한 사저가 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윤 후보는 "대구의 코로나 극복이 대구 시민들의 용기와 대구 의료진들의 헌신에 의해 극복된 것"이라며 정부 방역 정책을 비판했다.
이후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와 대구 중앙로역에 마련된 2003년 2·18 지하철 화재 참사 기억공간에서 추모했다.

윤 후보는 바로 이어진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참사를 언급하면서 "사고로부터 안전한 나라,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 외침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그런 나라를 반드시 만들 것을 여러분께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뤄 존경한다'고 하다가 오늘 또 다른 지역에 가서는 '박정희 군사정권의 패악 중 패악이 지역을 갈라치기 한 것'이라며 욕을 퍼부은 사람, 이런 사람을 대통령 시키면 되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민주당의 양식 있고 훌륭한 정치인들이 이재명의 민주당 세력 때문에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분들이 우리 국민의힘과 합리적인 협치를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분들께서 압도적인 심판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해 단호하게 심판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이를 두고 일부 민주당 표심을 흡수하기 위해 민주당을 "훌륭한 정치인"과 그렇지 못한 이재명 후보 측으로 갈라놓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동성로에는 이준석 대표와 홍준표 의원, 대구 지역 의원 등이 집결했다.

윤 후보는 이제 트레이드마크가 된 어퍼컷을 거듭 날렸으며, 지지 인파에 감격한 듯 "대구시민들 이렇게 뵈니까 가슴이 벅차올라 말을 잇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오전에는 경북 상주와 김천에서 유세했다.

그는 "(민주당은) 자기들이 서민의 편이고, 노동자의 편이고, 농민의 편이고, 가난한 사람의 편이라고 늘 주장을 해 왔다.

이 민주당 정권 5년 동안에 양극화가 더 벌어지고, 자산 격차가 더 벌어지고,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 시절보다 주 36시간 이상의 양질 일자리는 더 줄었다"며 "수십 년 전의 사회 혁명 이념을 가지고 자기들끼리 끼리끼리 뭉쳐서 공직 자리도 나눠 갖고 이권도 갈라 먹고 이렇게 하면서 나라를 거덜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19일에는 울산, 경남 양산·김해·거제·통영·진주·창원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