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에 떠는 우크라 피란길…"행선지 모른 채 기차로, 버스로"

동부 돈바스→국경 넘어 러시아 로스토프로
반군 "정부군이 공격한다"며 대피령…WP "조작된 공포" 반박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 반군이 정부군 공격설을 퍼트리며 대피령을 내리자 주민들은 한치 앞을 모르는 채 국경 넘어 피란길에 올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반군이 통제하는 분쟁 지역인 동부 돈바스 주민이 갈수록 혼란과 공포에 휩싸였다며 이같이 전했다.

정부군은 반군이 퍼트리는 소문을 근거 없는 도발이라 비난하고,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군사행동 구실을 위한 공포 조장이라고 의심하지만, 다수 주민은 실제로 공포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앞서 반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은 주민 대피령을 내린 지 하루 만에 어린이와 여성 등 6천600여 명이 러시아 로스토프 지역으로 대피했다고 밝힌 상태다. 자녀 3명과 대피 길에 오른 한 30대 여성은 돈바스 지역 맞은편 러시아 기차역에 도착한 뒤 행선지도 모른 채 대기 중이던 버스에 올라탔다.

여성은 NYT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가장 걱정됐다"면서, 더 큰 전쟁이 임박했다고 확신하는 만큼 불확실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접경에 주민 수용소를 만들고, 피란민 1인당 130달러(약 15만5천원) 지원 방침을 밝혔다. 한 60대 주민은 "우크라이나군이 10km 떨어진 곳에 있다.

그들의 (총격) 소리를 매우 잘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우크라이나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상관없다. 우리는 평화를 원할 뿐"이라고 울먹이기도 했다.
전쟁 우려보다는 반군 지도자들이 촉구했기 때문에 대피에 나선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반군 지역 주민들도 정부군의 침공 가능성이나 반군 지도자들의 대피 명령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한 주민은 러시아 측 발표와 달리 러시아 접경에 대피 주민들이 많지 않았다면서 "일부는 공포에 질렸지만, 대다수는 걱정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피령 발표 당일 주유소나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했지만, 이제 안정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WP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가 반군 지역 유치원을 포격했다는 사진 등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dpa 통신 등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을 쌓기 위해 분쟁 지역 돈바스에서 정부군에 의한 대량 학살이 이뤄지고 있다는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