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신양반사회

충분하지 않다·NASA 탄생과 우주탐사의 비밀
▲ 신양반사회 = 김은희 지음.
'586, 그들이 말하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부제다.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조선시대 양반사회를 떠받친 성리학적 인식체계가 여전히 작동하는 오늘날 한국을 '신양반사회'로 명명한다.

우선 조선시대 양반들 집단의식의 근원을 추적하고, 이같은 유교적 이데올로기를 오늘날 586세대가 어떻게 내면화했는지 분석한다.

저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옹호하는 논리에서 성리학적 인식체계를 발견한다. 이들은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양반'과 운동권에 속하지 않는 '소인'을 가르고, 정의를 법 위에 존재하는 도덕적 심성의 문제로 파악한다.

법의 원칙과 절차를 멀리하고, 도덕적 우월성과 '역사적 진실'을 강조한다.

그러나 근대 시민사회는 어느 집단도 다른 집단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상정하지 않는다. 반일 민족주의에 대한 상반된 견해 역시 도덕적 우열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조국·윤미향 사태는 종국적으로는 한국 사회가 정치와 도덕이 분리되지 않았던 양반사회로 회귀하느냐, 아니면 모든 시민이 도덕적으로 평등한 다원적 시민사회로 전진하느냐 하는 선택의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주었다고 할 수 있다.

"
생각의힘. 264쪽. 1만7천원.
▲ 충분하지 않다 = 새뮤얼 모인 지음. 김대근 옮김.
인권이 세계적 불평등과 양립하는 오늘날의 역설을 규명하는 책이다.

미국 예일대에서 법학과 역사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평등과 충분성을 동시에 추구해온 인권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오로지 충분성만을 보장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파악한다.

근대 복지국가는 빈곤층이 더이상 궁핍하지 않도록 애썼으나 부유층이 얼마나 높은 곳에서 빈곤층을 내려다 보는지는 간과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국제적 평등을 핑계 삼은 독재 또는 사회주의에 환멸을 느낀 이들은 빈곤층을 돕기 위해 국제적 불균형 문제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과정에서 미국은 평등을 제쳐두고 충분성만을 약속하는 대표적 국가가 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글항아리. 448쪽. 2만3천원.
▲ NASA 탄생과 우주탐사의 비밀 = 존 록스돈 편저. 황진영 옮김.
20세기 중반 미국이 우주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트럼프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미국 우주개발과 우주탐사의 역사를 정리했다.

저자는 미국의 우주탐사와 관련한 공식문서를 수집·정리해 일곱 권짜리 시리즈를 출간했다.

이 책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기록을 중심으로 주요 문서 104건을 골라 한 권에 담은 축약본이다.

책은 1954년 전설적인 로켓 개발자인 베르너 폰브라운의 '우리가 화성에 갈 수 있을까'에서 시작해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가 쓴 기고문 '인간을 다행성 종으로 만들기'로 끝난다. 한울엠플러스. 456쪽. 5만6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