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원칙 공개하는 LG 계열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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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와 LG화학, LG유플러스 등 배당 원칙을 공개하는 LG 계열사가 늘고 있다. 주요 대기업에 ESG 경영이 정착하면서 장기 배당 원칙을 밝히는 곳이 급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외한 1402개사의 현금배당액은 28조6597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한경ESG] ESG NOW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 계열 상장사 다섯 곳이 향후 3년간 적용할 배당 원칙을 공개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배당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국내외 주요 ESG 평가기관은 배당 원칙을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지 여부를 G(지배구조) 부문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2월 13일 ㈜LG에 따르면 배당 원칙을 공개하는 LG 계열사가 매년 늘고 있다. 2020년 지주회사인 ㈜LG와 LG화학, LG유플러스 등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순이익의 10~50%를 배당으로
지난해 LG생활건강이 배당 원칙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는 5개 계열사가 배당 원칙을 새로 발표했다. 올해 처음으로 배당 원칙을 발표한 계열사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헬로비전, 지투알 등이다.LG전자는 최근 올해부터 3년간 연결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일회성 이익 제외)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자들이 자신이 받을 배당금을 가늠해 중장기 투자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LG전자가 장기 배당 원칙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디스플레이의 발표 내용도 LG전자와 동일하다. 연결 당기순이익 기준 20% 이상을 배당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LG이노텍은 배당 재원이 ‘당기순이익의 10% 이상’이다.
2020년 장기 배당 원칙을 공개한 LG유플러스는 올해 들어 배당 성향을 높여 잡았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의 40% 이상을 투자자에게 배당으로 되돌려주기로 했다. 기존(30% 이상)보다 배당 성향을 10%포인트 올렸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중간배당 도입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LG 계열사 중 배당 성향이 가장 높은 곳은 지주회사인 ㈜LG다. 이 회사는 2020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하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LG화학과 LG생활건강 등은 각각 순이익의 30%를 배당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장기 배당 원칙을 사전에 공지하는 제조업체는 의외로 많지 않다. 갑작스럽게 시설 투자나 인수합병(M&A)에 나설 경우를 대비해서다. 배당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가 뒤늦게 투자 계획이 잡히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상장사들의 설명이다. 예외는 삼성전자처럼 ‘실탄’이 넉넉한 상장사다. 이 회사는 2018년부터 3년 배당 기준을 공개하고 있다.
배당 원칙 손보는 상장사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올해부터다. 주요 대기업에 ESG 경영이 정착하면서 장기 배당 원칙을 밝히는 곳이 급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를 제외한 1402개사의 현금배당액은 28조6597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기록한 사상 최대 금액(22조9827억원)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SK하이닉스, 포스코, 삼성SDI, 롯데정밀화학 등이 지난달 실적 발표를 통해 배당액 증액을 선언했다.중간배당, 추가배당을 발표한 곳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배당을 분기 단위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SDI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10% 수준을 추가 배당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 강화에 더해 주주환원을 늘려달라는 주주들의 요구를 의식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MSCI 등 주요 ESG 평가기관은 배당 규모보다 배당 예측성에 초점을 맞춰 기업에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배당 관련 공지를 통해 투자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 공지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배당 공지에는 배당 규모, 배당 성향, 배당 형태, 배당 시기 등이 들어가야 한다. 동종 산업의 배당 관행, 주가 영향 등과 관련한 정보도 반영해야 한다.
<박스> 돋보기
현대모비스 “주주가치 끌어올릴 것…로보틱스·도심항공모빌리티 최대 8조원 투자”
현대모비스가 총주주수익률(TSR)을 높여 1주주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반도체,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전기차 부품 등 미래차 부문에 최대 8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현대모비스는 2월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2년 주주가치 제고 정책’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오는 3월 23일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받는 즉시 시행된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TSR을 기준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는 첫 사례다.
TSR은 주가 상승분과 배당수익 등을 고려한 수익률이다. 기업이 경영활동을 했을 때 주주가 얻는 이익이 총 얼마인지 판단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TSR은 글로벌 기준의 기업평가 방식으로 주주수익률을 객관적으로 산출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등 소수 기업만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최대 8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도 공개했다.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중장기사업에 투자해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반도체,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 지분 투자에 3조~4조원, 전기차 핵심 부품 공급을 위한 시설 투자에 3조~4조원을 투입한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배당 성향을 20~30%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중간배당도 유지한다. 자사주는 올해 3300억원 규모를 매입해 이 중 625억원어치를 소각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2019년부터 주주환원 정책을 공개했다. 지난 3년간 1조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했고, 1조1000억원을 배당했다. 연평균으로 나누면 올해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할 예정이다.경영 시스템 선진화를 위한 이사회 구성안도 제시했다.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김화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다양성, 전문성, 독립성을 지닌 5명의 사외이사로 꾸릴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ESG 경영 트렌드에 발맞춰 주주가치를 높이고 지배구조에서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송형석·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