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장 "M&A 심사, 당사자의 해외당국 설득 노력 가장 필요"

"해외 M&A 심사 배울 점도"…기업결합심사 제도 개선 추진
연합뉴스 인터뷰…현대중공업 빅딜 무산 책임론엔 "독립적 판단" 선 긋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결합,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결합 등 굵직한 기업결합(M&A) 사건을 끝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결합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해외 경쟁당국을 설득하려는 당사자들의 노력'을 꼽았다. 조 위원장은 지난 18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여러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된다는 지적과 관련해 "공정위가 아니라 신청인이 주도적으로 해외 경쟁당국을 설득하는 노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들의 자료 협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속도와 시정조치안에 대한 신청인들의 수용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 경쟁당국 방식을 참고한 심사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현재 공정위는 기업들로부터 결합 신청을 받으면 직접 시장 독점을 낮출 시정조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반해 유럽연합(EU) 등 해외 경쟁당국은 1차적으로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 평가한 후 기업들이 스스로 시정조치 방안을 만들도록 하고, 경쟁당국은 수정·보완 지시를 한 뒤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해외 경쟁당국의 M&A 심사 절차 제도 일부는 우리도 배울만한 것이 있다"며 "현재 규칙에 의하면 사업자들이 생각하는 좋은 시정조치 방안이 무엇인지 듣는 절차가 부족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경쟁당국의 경우 이런 절차를 거쳤음에도 불승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절차상 보장돼 있다"며 "우리도 그런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간의 결합이 유럽연합(EU)의 불승인으로 무산된 것과 관련해 3년간 결정을 미룬 공정위 책임론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판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공정위에서 사건 처리가 길어지는 것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면서도 "우리 경쟁당국 뿐만 아니라 해외 경쟁당국도 그 나라의 시장 상황에 맞춰서 평가하므로 공정위 결정이 (해외 당국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제재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의 한∼동남아 항로 운임 담합 사건과 관련해선 '일관성 있는 법 집행'을 강조했다.

공정위는 추가로 한∼중·일 항로에서의 운임 담합 사건도 조사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시장경제에서 활동하는 사업자들이 기본적인 룰을 제대로 준수해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혁신도 이뤄진다"며 "시장에 다른 사업자가 존재하고 전후방으로 산업이 연결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 이슈도 있는 만큼 일관되게 법을 집행하는 것이 맞는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도외시한 채 지나치게 원칙주의를 내세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상황이나 사업자에 따라 룰을 바꾼다면 오히려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유지에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간 지적돼 온 사건처리 장기화 문제와 관련해선 지난해 11월부터 가동 중인 '사건업무 개선 TF'를 언급하며 "사건처리 기간 단축에 그치지 않고 사건처리 효율화를 통해 확보된 조직 역량을 보다 의미 있는 사건 발굴과 내실 있는 사건 처리로 연결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어 "사건처리 절차 중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부분을 개선하고, 특히 외부 지적을 많이 받는 분야를 선정해 기존 처리방식을 재설계할 것"이라며 "검토 사항 중 공정위 자체적으로 시행 가능한 사항은 즉시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경제 검찰'이 아닌 '경제 정원사'로서의 공정위 역할을 강조했던 지난 2년 반의 임기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플랫폼 분야의 혁신 동력을 유지·강화하면서 상생협력 기반의 포용성을 높이는 기본적인 룰 세팅에 있어서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남은 임기 동안 비대면 온라인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갑을 문제,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