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SWIFT망 배제된 러, 중국 의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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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위안화 활용한 에너지·곡물 등 거래 증가 예고
'제제 핵폭탄' 목도한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 추진 강화 관측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핵 옵션'까지 꺼내 들면서 러시아 경제에 중국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게 됐다. 회원 은행 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조직인 스위프트 망에서 배제된 국가는 무역, 송금, 투자 등 여러 면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는데 러시아가 중국과의 전방위 경제 협력 강화를 통해 스위프트 배제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계기로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난 4일 방중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서방 제재에 대비해 중국과의 경협 강화 틀을 마련해놓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아직은 제재 대상이 될 러시아 금융기관 명단이 발표되지 않아 파괴력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스위프트 망 배제는 원유, 에너지, 곡물 등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 거래에 심각한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핵 개발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제재로 지난 2012∼2016년 스위프트 망에서 배제된 이란의 사례는 제재가 무역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스위프트 망 배제 직후인 2013년 이란의 원유 수출액은 40%나 급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러시아와 중국 국유기업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석유의 대형 장기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러시아가 단기적으로 스위프트 망 배제에 따른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푸틴 대통령의 방중 기간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연 100억㎥의 천연가스 거래 계약을 맺었다.
또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티도 향후 10년에 걸쳐 총 1억t의 원유를 중국에 공급하기로 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 간 '에너지 동맹' 맺기의 전략적 함의는 상당하다. 아울러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인 지난 24일 러시아 전역에서 밀을 수입한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등 서방의 제재 흐름과는 거꾸로 러시아와 거래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이 이처럼 에너지, 곡물 등 러시아의 주력 수출품 구매를 확대하는 것은 거의 동맹에 가까운 관계로 발전한 러시아를 전략적으로 지지함과 동시에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추세 속에서 자국이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상품과 곡물을 더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러시아가 부분적으로라도 스위프트 망에서 배제되면 향후 러시아와 중국 간에 중국 위안화를 활용한 교역 규모가 더욱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기 시작하면서 이미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러시아의 외화보유액 중 위안화 표시 자산 비중은 이미 13.1%에 달해 세계 주요국보다 높다.
또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액 중 위안화 결제 비중은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3.1%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17% 이상으로 높아졌다.
스위프트 망이 막히기 시작하면 러시아와 중국 금융기관들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위안화 결제·정산 시스템인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을 활용한 거래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은 서방국의 압박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더 가까워지고 두 나라 간 결제 시스템 연결이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등 서방이 금융 제재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수출 제한까지 가하면서 러시아 경제를 세계 경제에서 탈동조화(디커플링)하려 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전반적 중국 경제 의존은 심화할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작년 무역 규모는 1천468억7천만달러(약 175조원)로 전년보다 35.9% 증가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이자 에너지 상품 주요 수출국이다.
한편 그간 주요 계기마다 거론만 되던 스위프트 망 배제라는 초강력 제재가 현실이 된 것을 목도한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더 강력히 추진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시절부터 미중 신냉전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에서는 미국이 언젠가 '달러 패권'을 이용해 자국을 스위프트 망에서 배제하는 극단적인 공격을 가해올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졌다.
팡싱하이(方星海)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차관)은 지난 2020년 6월 공개 포럼에서 "위안화 국제화는 향후 외부 금융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미국과 전략 경쟁 과정에서 중국이 느끼는 높은 경계심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비록 아직은 달러화의 지배력이 공고하지만 중국 당국의 의욕적인 위안화 국제화 추진 결과 위안화의 결제 비중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스위프트에 따르면 위안화 국제 결제 비중은 작년 12월 2.7%로 일본 엔화 비중을 제치고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에 이어 4위로 올라섰다. 지난 1월 이 비중은 3.20%로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제제 핵폭탄' 목도한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 추진 강화 관측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 러시아 일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핵 옵션'까지 꺼내 들면서 러시아 경제에 중국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게 됐다. 회원 은행 간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조직인 스위프트 망에서 배제된 국가는 무역, 송금, 투자 등 여러 면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는데 러시아가 중국과의 전방위 경제 협력 강화를 통해 스위프트 배제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려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계기로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난 4일 방중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서방 제재에 대비해 중국과의 경협 강화 틀을 마련해놓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아직은 제재 대상이 될 러시아 금융기관 명단이 발표되지 않아 파괴력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스위프트 망 배제는 원유, 에너지, 곡물 등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 거래에 심각한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핵 개발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제재로 지난 2012∼2016년 스위프트 망에서 배제된 이란의 사례는 제재가 무역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스위프트 망 배제 직후인 2013년 이란의 원유 수출액은 40%나 급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러시아와 중국 국유기업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석유의 대형 장기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러시아가 단기적으로 스위프트 망 배제에 따른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푸틴 대통령의 방중 기간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연 100억㎥의 천연가스 거래 계약을 맺었다.
또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티도 향후 10년에 걸쳐 총 1억t의 원유를 중국에 공급하기로 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 간 '에너지 동맹' 맺기의 전략적 함의는 상당하다. 아울러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일인 지난 24일 러시아 전역에서 밀을 수입한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등 서방의 제재 흐름과는 거꾸로 러시아와 거래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이 이처럼 에너지, 곡물 등 러시아의 주력 수출품 구매를 확대하는 것은 거의 동맹에 가까운 관계로 발전한 러시아를 전략적으로 지지함과 동시에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추세 속에서 자국이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상품과 곡물을 더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러시아가 부분적으로라도 스위프트 망에서 배제되면 향후 러시아와 중국 간에 중국 위안화를 활용한 교역 규모가 더욱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기 시작하면서 이미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러시아의 외화보유액 중 위안화 표시 자산 비중은 이미 13.1%에 달해 세계 주요국보다 높다.
또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액 중 위안화 결제 비중은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3.1%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17% 이상으로 높아졌다.
스위프트 망이 막히기 시작하면 러시아와 중국 금융기관들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위안화 결제·정산 시스템인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을 활용한 거래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들은 서방국의 압박으로 중국과 러시아가 더 가까워지고 두 나라 간 결제 시스템 연결이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등 서방이 금융 제재뿐만 아니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수출 제한까지 가하면서 러시아 경제를 세계 경제에서 탈동조화(디커플링)하려 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전반적 중국 경제 의존은 심화할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작년 무역 규모는 1천468억7천만달러(약 175조원)로 전년보다 35.9% 증가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이자 에너지 상품 주요 수출국이다.
한편 그간 주요 계기마다 거론만 되던 스위프트 망 배제라는 초강력 제재가 현실이 된 것을 목도한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더 강력히 추진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시절부터 미중 신냉전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에서는 미국이 언젠가 '달러 패권'을 이용해 자국을 스위프트 망에서 배제하는 극단적인 공격을 가해올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졌다.
팡싱하이(方星海)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차관)은 지난 2020년 6월 공개 포럼에서 "위안화 국제화는 향후 외부 금융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미국과 전략 경쟁 과정에서 중국이 느끼는 높은 경계심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비록 아직은 달러화의 지배력이 공고하지만 중국 당국의 의욕적인 위안화 국제화 추진 결과 위안화의 결제 비중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스위프트에 따르면 위안화 국제 결제 비중은 작년 12월 2.7%로 일본 엔화 비중을 제치고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에 이어 4위로 올라섰다. 지난 1월 이 비중은 3.20%로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