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인대 대표 "여성만 출산휴가 연장, '독박 육아' 강요"

"남성 육아휴직도 늘려야"

저출산 극복을 위해 중국 정부가 도입한 여성 출산휴가 연장 정책이 육아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성난(蔣勝男)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가 내달 4일 개막하는 올해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출산·육아 휴가 규정 개선에 관한 건의'를 제출할 것이라고 중국부녀보가 28일 보도했다.

장 대표는 "육아는 부부 공동의 책임인데 출산휴가 연장이 여성에게 국한돼 있다"며 "이는 육아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에게 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의 여성 출산휴가는 평균 158일, 최대 190일까지 연장됐지만, 남성의 육아휴직은 평균 15일에 불과하다"며 "산모와 신생아를 돌볼 수 있도록 남성 육아휴직 기간도 30∼42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신(盧馨) 전인대 대표도 "여성과 남성의 출산·육아 휴직 기간 차이가 너무 크다"며 "여성이 육아 책임을 전적으로 떠안는 것을 막기 위해 남성 육아휴직 기간을 연장하도록 양회에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산모와 신생아 돌봄 교육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성 출산휴가 연장은 여성 고용 기피에 따른 취업난을 심화할 수 있는데 남성의 육아 참여까지 저조하면 여성들의 출산 의욕이 떨어질 것"이라며 "저출산 대책이 여성의 출산휴가 연장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중국은 작년 출생 인구가 1천62만명에 그쳐 5년 전인 2016년(1천88만명)의 56% 수준에 머물렀다.

또 출생률은 0.752%(1천명당 7.52명)로 1949년 신 중국(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극복을 위해 중국 정부는 작년 5월 3자녀 허용 정책을 시행하고, 각 지방정부에서 여성 출산휴가 연장, 출산 장려금과 대출금 지원 등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양육비 부담을 고려할 때 이런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지난 23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 양육비 보고'에 따르면 중국에서 자녀를 18세까지 양육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균 48만5천 위안(약 9천200만 원)으로 1인당 GDP의 6.9배에 달했다.

이는 영국(5.2배), 일본(4.26배), 미국(4.11배), 독일(3.64배) 등 선진국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주택 구입 등 자녀 결혼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출산휴가 연장에 따라 늘어나는 고용비 부담을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여성 채용 기피가 심화하고, 이로 인해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