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물질만능주의'가 되었나 [조평규의 중국 본색]
입력
수정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중국인들은 돈을 좋아하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실적이고 물질을 숭배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부자가 되면 주변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사치와 탐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돈을 위해서 부정과 비리에 쉽게 빠져들며, 목숨을 걸기도 합니다. 짝퉁을 만들거나 기술을 훔치고 남을 속이는 짓을 서슴지 않는 것도, 전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입니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중국 속담도
선부론에 이어 '공동부유론' 등장, 실현 가능성 희박
중국 속담에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는 나라입니다. 돈이 없으면 일이 안 되고, 돈이 적으면 큰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일수록 성공했다고 말하며, 성공의 척도도 그 사람이 가진 돈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심합니다. 한 사람의 성공 여부를 돈으로 판단하는 사회인 셈입니다.돈의 위력은 학교나 병원에서 대단한 영향을 미칩니다.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사나 교장에게 봉투를 건네는 것은 비밀도 아닙니다. 병원에서 실력 있는 유명의사에게 제때 진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으려면 돈을 먼저 주어야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중국인들은 상대가 자기에게 쓰는 돈의 액수로 신뢰나 정(情)의 깊이를 재는 사람들입니다. 경조사나 승진, 입학, 졸업, 생일, 이사, 개업 등에는 돈을 주고 받습니다. 뇌물도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중국 사회에서 돈이 가장 큰 힘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중국인들은 돈을 매우 중시하면서도 부자를 미워하는 마음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부자가 되기까지 과정에, 반드시 도덕적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돈을 중시하는 것은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강하고, 부를 미워하는 것은 부자들이 싫어서 그런 것입니다.중국인들은 재산으로 상대를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임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베이징대학교 총장조차도 '본교 출신 억만장자의 숫자가 칭화대학교를 앞섰다'고 공개적으로 자랑할 정도입니다.
반면 칭화대학교 총장은 '고위공직자 숫자는 우리 학교가 베이징대학교 출신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합니다. 고위공직자가 많다는 것은 뇌물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많이 포진하고 있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옛날의 중국인들은 한때 도(道)를 추구하거나, 의리를 지키고 인격을 도야하는 일을 생명보다 더 중하게 여겼으나, 요즘은 물질문명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으면 뭐든지 하는 것이 세태입니다. 요즘 중국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은 돈을 많이 버는 연예인, 스포츠, IT 기업인들입니다. 중국에 가보면 식당이나 상점의 입구에 재물신을 모시고 향을 피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인들에게 돈 버는 일이 신앙이 된 지 오래됐습니다.
중국경제가 급속한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졸부들도 많이 양산되었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에 의지해서 일하지 않고 낭비와 방탕을 일삼는 금수저인 '푸얼다이'(재벌 2세)들의 비틀어진 생활상이 홍콩, 카나다, 미국 등지에서 보도되기도 합니다.
중국은 개혁 개방 이래 덩샤오핑 선생이 제창한 선부론(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한다는 이론)의 위에서 능력과 노력에 따라 부와 권력 그리고 명예를 갖게 됐습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는 '양극화'라는 새로운 사회 문제를 낳았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공동부유론'(다 같이 잘 살자 이론)도 경쟁에서 탈락하거나, 경쟁에 참여조차 어려운 사회적 약자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현대 사회의 불행은 사회적 불균형에서 오는 지나친 탐욕과 소유욕에서 기인합니다. 돈에 눈이 멀다 보면, 사기나 부패와 비리를 저지르게 됩니다. 중국에서 매춘, 마약, 도박, 밀수, 탈세 등의 경우 들키지 않으면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보니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합니다.
돈 좋아하는 것은 중국인만이 아닙니다. 돈에 모든 것을 거는 행태는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정권을 쥔 집권당이나 권력을 가진 고위공직자들의 부패는 심각합니다. 범죄를 수사하고 법을 집행하는 검찰조차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 법원은 물론 대법원조차도 법이 아니라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사회악으로 변질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공정과 상식이 사라져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중국의 비뚤어진 재물관을 반면교사로 삼아 반성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돈만 좋아하는 중국,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돈 때문에 공산당 정권의 안정성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이 세계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기는 더더욱 불가능해 보입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