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 장단기 금리 역전…증시에 어떤 영향 미칠까

3월 美 Fed 회의 이후
장단기 금리 역전 발생
"경기침체 예고" 놓고 논쟁

수익률 곡선 예측모델
확률 떨어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지표

기존 이론 통하지 않는
'뉴노멀' 잘 읽어 대응해야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수익률 곡선의 역전, 즉 장단기 금리 간 역전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미국 경기 향방을 놓고 논쟁이 거세다. 이미 5년물과 10년물, 3년물과 10년물 간 금리는 역전됐다. 이제 남은 것은 2년물과 10년물,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가 언제 역전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기대 가설’ ‘분할시장 가설’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침체되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1960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15차례에 걸쳐 수익률 곡선의 역전현상이 발생했고, 예외 없이 경기침체가 수반됐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수익률 곡선과 경기 간 관계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최근 수익률 곡선의 역전현상을 놓고 제롬 파월 Fed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경기침체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 미국 학계는 구조적 장기침체 국면에 빠지는 예고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익률 곡선과 경기 간 관계가 더 흐트러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Fed의 통화정책 관할 대상이 ‘그린스펀 독트린’에서 ‘버냉키 독트린’으로 바뀐 데 있다. 전자는 실물경제 여건만을, 후자는 실물경제에다 자산시장 여건까지 감안해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의 주장이다.수익률 곡선과 경기 간 관계가 잘 맞으려면 금융이 실물경제 여건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Fed가 자산시장 여건까지 감안해 통화정책을 추진하면서 규모가 금융이 실물보다 세 배 이상으로 커졌고, 인과관계도 금융이 실물을 뒤따라가는(following) 것이 아니라 주도하는(leading) 위치로 변했다.

중요한 것은 경기예고 지표로 수익률 곡선의 유용성을 완전히 무시해도 좋으냐 하는 점이다. Fed도 이 점을 파악하기 위해 아투로 에스트렐라(렌셀폴리테크닉대)와 프레드릭 미시킨(컬럼비아대) 교수팀에 준 자체 용역 결과를 보면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가 그 어느 지표보다 여전히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의 ‘수준(level)’이 ‘변화(change)’보다 예측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같은 ‘투자의 구루’들도 뉴욕연방은행이 매월 확률모델을 이용해 발표되는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의 경기 예측력을 투자 판단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확률모델이란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의 누적 확률분포를 이용해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률로 변환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로 추정한 결과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의 역전이 경기침체를 예측한 확률은 1981∼1982년 침체기의 경우 98%까지 상승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 확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자주 목격됐다.

최근 수익률 곡선의 역전현상을 놓고 세계적인 석학 간에 “본격적인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것이다” “아니다”의 논쟁은 둘 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는 것이 종전에는 장기금리 하락이 주도했던 반면에 최근에는 정책요인이 반영되는 단기금리의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려 ‘역행적 선택론’이란 비판을 받았던 Fed 인사들이 3월 회의 이후 좀 더 공격적인 금리 인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Fed 인사들의 금리 변경 의향을 읽을 수 있는 3월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남은 기간에 6차례, 내년에도 최대 4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3월 Fed 회의 이후 수익률 곡선의 역전현상이 발생하는데 미 증시가 종전에 비해 잘 버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금리차익과 환차익을 노리는 각종 캐리 자금은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 정책당국자와 주식 투자자들은 수익률 곡선과 경기 간 관계뿐만 아니라 종전의 이론과 규범이 통하지 않는 뉴노멀 현상을 잘 읽어 대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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