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 장단기 금리 역전…증시에 어떤 영향 미칠까
입력
수정
지면A20
3월 美 Fed 회의 이후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수익률 곡선의 역전, 즉 장단기 금리 간 역전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미국 경기 향방을 놓고 논쟁이 거세다. 이미 5년물과 10년물, 3년물과 10년물 간 금리는 역전됐다. 이제 남은 것은 2년물과 10년물,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가 언제 역전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 발생
"경기침체 예고" 놓고 논쟁
수익률 곡선 예측모델
확률 떨어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지표
기존 이론 통하지 않는
'뉴노멀' 잘 읽어 대응해야
‘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기대 가설’ ‘분할시장 가설’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침체되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1960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15차례에 걸쳐 수익률 곡선의 역전현상이 발생했고, 예외 없이 경기침체가 수반됐다.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수익률 곡선과 경기 간 관계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최근 수익률 곡선의 역전현상을 놓고 제롬 파월 Fed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경기침체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 미국 학계는 구조적 장기침체 국면에 빠지는 예고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익률 곡선과 경기 간 관계가 더 흐트러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Fed의 통화정책 관할 대상이 ‘그린스펀 독트린’에서 ‘버냉키 독트린’으로 바뀐 데 있다. 전자는 실물경제 여건만을, 후자는 실물경제에다 자산시장 여건까지 감안해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의 주장이다.수익률 곡선과 경기 간 관계가 잘 맞으려면 금융이 실물경제 여건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Fed가 자산시장 여건까지 감안해 통화정책을 추진하면서 규모가 금융이 실물보다 세 배 이상으로 커졌고, 인과관계도 금융이 실물을 뒤따라가는(following) 것이 아니라 주도하는(leading) 위치로 변했다.
중요한 것은 경기예고 지표로 수익률 곡선의 유용성을 완전히 무시해도 좋으냐 하는 점이다. Fed도 이 점을 파악하기 위해 아투로 에스트렐라(렌셀폴리테크닉대)와 프레드릭 미시킨(컬럼비아대) 교수팀에 준 자체 용역 결과를 보면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가 그 어느 지표보다 여전히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의 ‘수준(level)’이 ‘변화(change)’보다 예측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같은 ‘투자의 구루’들도 뉴욕연방은행이 매월 확률모델을 이용해 발표되는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의 경기 예측력을 투자 판단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확률모델이란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의 누적 확률분포를 이용해 12개월 이내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확률로 변환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로 추정한 결과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의 역전이 경기침체를 예측한 확률은 1981∼1982년 침체기의 경우 98%까지 상승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그 확률이 떨어지는 현상이 자주 목격됐다.
최근 수익률 곡선의 역전현상을 놓고 세계적인 석학 간에 “본격적인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것이다” “아니다”의 논쟁은 둘 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는 것이 종전에는 장기금리 하락이 주도했던 반면에 최근에는 정책요인이 반영되는 단기금리의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려 ‘역행적 선택론’이란 비판을 받았던 Fed 인사들이 3월 회의 이후 좀 더 공격적인 금리 인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Fed 인사들의 금리 변경 의향을 읽을 수 있는 3월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남은 기간에 6차례, 내년에도 최대 4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3월 Fed 회의 이후 수익률 곡선의 역전현상이 발생하는데 미 증시가 종전에 비해 잘 버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금리차익과 환차익을 노리는 각종 캐리 자금은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 정책당국자와 주식 투자자들은 수익률 곡선과 경기 간 관계뿐만 아니라 종전의 이론과 규범이 통하지 않는 뉴노멀 현상을 잘 읽어 대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