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공약 사업, 시의회서 다시 삭감…예산 전쟁 재현되나(종합)

상임위 예비심사서 청년 교통비·영테크·서울런 줄줄이 깎여
일부 상임위는 선거 앞두고 지역구 예산 대거 증액…본심사 진통 예고
청년 교통비 지원 등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 사업이 시의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다시 삭감됐다. 이미 올해 본예산에서도 삭감된 전력이 있는 사업들이 재차 삭감되면서 오 시장과 시의회 간 예산 전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1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이날 추경 예비심사 회의에서 ▲ 청년 대중교통비 지급 78억원 ▲ 영테크(재무상담) 운영 7억원 ▲ 서울형 교육플랫폼('서울런') 구축 예산 32억원을 모두 깎았다.

이날 삭감분은 올해 본예산 심사에서 삭감된 이후 서울시가 다시 복원해 추경안에 포함한 예산들이다. 채유미 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본예산 심사에서 예산의 필요성과 적절성을 고려해 의회가 삭감한 예산을 시가 불가피한 사유도 없이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추경안으로 제출한 것은 의회 예산 심의권을 심각히 훼손하고, 의회를 경시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들 사업은 오 시장이 올해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의 준말) 시리즈로 언급하며 복원 의지를 밝혔던 사업들이다.

이번에 상임위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업 추진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오 시장의 또 다른 공약인 '임산부 1인당 교통비 70만원' 지급 사업은 지난달 30일 보건복지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복지위는 오히려 7월로 예정된 지급 시기를 5월로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밖에 수변공간 조성, 상생주택 등 다른 역점 사업들도 원안대로 가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삭감된 사업은 어려움을 겪는 청년 등 미래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시의회가 삭감 사유로 제시했던 사전절차 미비 등은 이미 해소된 상황"이라며 "남은 예결위 심의에서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 등을 설명하고, 최대한 합의를 끌어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의 공약 사업들이 줄줄이 삭감된 가운데 일부 상임위원회에서는 예산을 대거 증액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화본부 168억원, 관광체육국 123억원을 증액시켰다.

증액된 사업으로는 전통사찰 시설 확충, 불교문화 체험 프로그램 지원, 자치구 축제 지원 등이 있다.

교통위원회는 도시교통실 예산 가운데 시내버스 지원 예산을 50%(500억원) 삭감한 반면 보도 시설물(측구) 개선 예산 등 182억원을 증액했다.

상임위원회에서 증액된 사업에는 의원들의 지역구 현안과 관련된 사업들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시의회는 4일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를 마무리하고, 5∼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심사를 거쳐 8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올해 본예산의 경우 본회의 처리 직전에 상임위가 삭감한 오 시장의 공약 사업 상당수가 복원된 전례가 있다. 추경 예산도 향후 시의회와 서울시 간 협상에 따라 복원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