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경 헬기 추락 원인은…"블랙박스 회수해야 확인 가능"(종합)

기장·부기장 모두 3천 시간 이상 비행한 베테랑
최근 3년간 결함 28건 발생해 정비…"일일 점검"

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남서방 370㎞ 해상에 추락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소속 S-92 헬기는 어떤 원인으로 추락한 것일까.
해경은 헬기 사고 직후 탑승자 4명 중 3명(부기장 등 2명 사망)을 구조하고, 실종자 1명에 대한 수색을 계속하고 있지만, 헬기 사고의 원인을 밝힐 직접 증거물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당시 해역의 기상은 남동풍 초속 2∼4m, 파고 1m, 시정거리 약 9.3㎞로 기상악화에 의한 추락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이번 사고 유일한 생존자이자 기장인 최모(47) 경감이 24년간 3천155시간의 비행이력을, 숨진 부기장 정두환(51) 경위도 23년간 3천238시간의 비행이력을 가진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어서 조종 미숙의 개연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특히 최 경감은 사고 헬기 기종인 S-92도 328시간이나 비행했다.

한 기종을 200시간 이상 비행하면 해당 기종의 교관 자격이 부여된다.

다만, 야간 수색은 베테랑 조종사에게도 까다로운 비행 환경이라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해경 관계자는 "야간 비행은 최고의 조종술이 필요하다.

특히 해상에 떠 있는 함정에서 이륙하고 착륙할 때는 육상과 비교했을 때 작은 바람에도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에 대비해 평소에도 계속해서 훈련하고 있고, 최 경감과 정 경위 역시 원거리 운항과 이러한 이·착함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최 경감과 정 경위는 7일 오전 9시에 출근해 8일 오전 9시까지 24시간 근무하는 당직 근무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7일 오후 6시까지 항공단 내에서 정상 근무한 뒤 비상 출동 대기 상태로 청사 내에서 머물다가 이날 첫 비행 출동으로 해당 업무를 맡았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정비 불량이나 기체 결함이 제기된다.

사고 헬기는 이날 오전 0시 53분께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경비함정 3012함에 김해공항에서 탑승한 중앙해양특수구조단 구조대원 6명을 내려준 뒤 복귀를 위해 오전 1시 32분께 함정에서 이함했으나 30∼40초 만에 추락했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헬기의 마지막 정기 정비는 올해 3월 12일로, 90일 간격의 정기 정비 외에 매일 일일 점검과 비행 전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사고 기종인 S-92 헬기는 국내에 총 5대 도입됐으며, 해경이 보유한 2대 모두 사고 이력은 없었다.

다만 2019년 5건, 2020년 8건, 2021년 14건, 2022년 1건 등 최근 3년간 28건의 결함이 발생해 관련 정비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헬기 동체를 인양해 블랙박스를 회수한 뒤 분석해야만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인 기장 최 경감은 현재 제주시의 한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어 당장 사고 경위와 관련한 진술을 하기는 힘든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현재 사고 헬기 위치를 특정했으며, 이날 오전 진해항에서 출항한 해군 광양함(ATS-Ⅱ·3천500t급)이 9일 오전 4시께 사고 해역에 도착하는 대로 헬기 동체 수색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당시 동영상이 있지만, 가족·유족과 상의 후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최종 사고 원인은 사고 헬기 동체가 인양되는 대로 블랙박스 조사 등을 통해 밝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고 헬기의 블랙박스가 수거되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 원인을 밝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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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