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운송왔다 날벼락" 中 화물차기사 노숙생활

봉쇄된 상하이의 창고서 지내며 감자로 끼니

감자 운송을 위해 상하이에 갔다가 봉쇄 조치로 노숙 생활을 하는 중국 화물차 기사의 사연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1일 중국 관영 경제일보 산하 잡지 '중국기업가' 인터넷판에 따르면 웨이 씨는 지난달 28일 동료 기사 2명과 함께 대형 트레일러 3대에 감자 100t을 나눠 싣고 산둥성 라이우시를 출발했다.

29일 새벽 상하이 채소 도매시장에 도착해 감자를 하역하고 곧바로 라이우시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이들은 상하이 인근 저장성 일대 여러 도시에 건자재 등을 수송했지만 채소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웨이 씨는 "평소 운임비가 3천 위안(약 58만원)인데 5천위안(약 97만원)을 주겠다고 해 흔쾌히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하이에 도착하자마자 일이 꼬이고 있음을 직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로 도매시장이 폐쇄돼 감자를 하역할 수 없었다. 하루 뒤에는 봉쇄가 더욱 확대돼 이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감자 수송을 부탁한 중개상의 도움으로 겨우 민항구 훙차오공항 인근 창고를 거처로 삼으면서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비상용으로 챙겨온 음식이 사나흘 만에 바닥났으나 주변의 식당과 편의점이 모두 문을 닫아 먹거리를 장만할 수 없었다. 다행히 연락이 닿은 중개상이 얼마간의 국수와 식용유, 소금 등을 보내왔지만 성인 남성 3명의 먹거리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들은 결국 빈 페인트통을 구해 화로로 삼고, 땔감을 구해 감자를 삶아 끼니를 때워야 했다.

중개상의 도움으로 상하이에 온 지 10일째인 지난 7일 싹이 나기 시작한 감자를 모두 처분할 수 있어 그나마 큰 손실은 면할 수 있었다.

중개상은 감자 두 박스를 남겨두고 떠난 뒤 지난 8일 임시 격리시설에 수용됐다며 연락을 끊었다.

이들은 언제 봉쇄가 해제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남은 감자와 국수의 분량을 수시로 확인하며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웨이 씨는 "라이우로 돌아갈 수 있는 통행증을 발급받아 보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게 가능하냐'는 핀잔만 들었다"며 "봉쇄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이들의 사연은 10일 소셜미디어 웨이보의 검색어 상위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이들의 모습이 왜 먹거리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지 그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고속도로 곳곳이 봉쇄되고 화물 운송이 통제되면서 중국에서 물류난이 벌어지고 있다.

상하이 인근 항저우와 닝보의 고속도로 요금소 20여 곳이 10일부터 통제돼 화물차 통행이 중단됐다.

랴오닝성은 지난달 18일부터 고속도로 요금소 30여 곳을 폐쇄했다.

상하이, 산시(陝西)성, 허베이성, 허난성, 산둥성 등 감염자가 급증한 지역은 예외 없이 주요 고속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도로마다 통행 차량의 방역 검문도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차량 정체 현상이 나타나고 어렵사리 통행증을 발급받은 화물차량의 운행 시간도 길어졌다.

산둥성의 한 화물차 기사 리모 씨는 현지 매체에 "고속도로 이용이 막히면서 평소 170㎞ 거리를 600㎞ 가까이 운전해 도착했다"면서 "추가 비용은 고객과 나눠 분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봉쇄 15일째인 상하이에서는 공동구매를 해야 겨우 식료품을 구할 수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식료품으로 인해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며 공동구매마저 금지했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지난 9일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신 공식 계정을 통해 이례적으로 "일부 지방정부가 고속도로와 휴게소를 폐쇄하는 등 과도하고 획일적으로 화물 운송을 통제해 생활물자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공개 질책했다. 이어 "코로나19 통제와 경제사회 발전 모두 중요하다"며 "물류의 원활한 흐름을 촉진하고 생활물자와 산업시설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