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짝 마른 산 근처서 낙엽 태우다 '활활'…양구 산불도 '인재'

무심코 태우고 담뱃불 툭 던졌다가 산불 나면 전과자 신세 전락
연평균 입산자 실화, 소각 등으로 250건 발생·산림 560㏊ 소실
대형산불로 인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쓰레기 소각과 입산자 실화 등으로 인한 산불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산림 근처에서 무심코 불을 피웠다가는 자칫하면 전과자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1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강원 양구 산불은 오후 3시 40분께 50대 자영업자 A씨가 낙엽을 태우다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강풍에 낙엽이 곳곳에서 날아들자 이를 모아 소각통 등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라이터를 이용해 낙엽 더미에 불을 붙였다가 산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화재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이날 오전부터 발화 추정 장소에서 정밀 감식을 진행했다.

또 전날 오후 2시 47분께 광주 북구 양산동 한 야산에서 난 산불도 10대 청소년들의 불장난으로 밝혀졌으며, 제주에서는 지난달 8일 서귀포시 서호동 고근산 인근 산림에 담배꽁초를 버려 산불을 낸 50대가 자치경찰단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산림보호법상 실수로라도 산불을 내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산불 실화자 대부분 고의로 불을 내지 않거나 초범 또는 고령인 경우가 많아 벌금형에 처하는 경우가 많지만, 피해 규모가 크거나 고의로 불을 내면 징역형을 받기도 한다.

2017년 3월 강릉 옥계에서 담배꽁초를 버려 산불을 낸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약초꾼 2명은 각각 징역 1년과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받고 그 형이 확정됐다.

2020년 춘천에서 담배꽁초를 버려 산불을 낸 벌목작업자도, 2018년 12월 주택 아궁이에 나뭇가지 등을 넣고 불을 붙였다가 산불로 번지게 한 주민에게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실수가 아닌 고의로 산불을 냈을 때는 최대 15년 이하의 중형까지 받을 수 있다.

2019년 봄 강원도 한 지자체 소속 기간제 근로자는 산불 발생을 조기에 신고하면 무기 계약직 공무원으로 신분이 전환될 것을 기대하고 고의로 산불을 냈다가 징역 5년의 실형을 받았다.

올해 3월 강원 강릉시 옥계와 동해시 일대를 불바다로 만든 산불을 낸 혐의로 구속기소 된 60대 역시 '고의범'에 해당해 중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12∼2021년)간 평균 산불 원인은 입산자 실화 160.6건, 쓰레기 소각 63.7건, 담뱃불 실화 25.9건이다.

이로 인해 연평균 560㏊(560만㎡)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가 되고 있다.

올해도 이날 현재까지 입산자 실화로 인한 산불 73건에 산림 897㏊가 소실됐고, 쓰레기 소각이 원인이 된 산불 42건이 발생해 산림 73㏊가 탔다.

담뱃불로 인한 산불도 24건이 발생해 산림 7.7㏊를 잃었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산불이라도 가해자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산림 인근 주민들께서는 화기사용 및 관리를 철저히 해주시고 특히 산림 인접지에서 화기를 다루는 행위를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