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군정 "최대 물축제 즐기세요"…시민들은 '냉담'

양곤 시청 앞 대형 무대 설치…'정상화 메시지' 대외 발신용
시민들 "국민 죽인 군부 행사 안가…가족·친구끼리 보낼 것"
미얀마 쿠데타 군사정권이 연중 최대 행사인 전통 설 '띤잔'(Thingyan) 물 축제를 성대하게 치르기로 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쿠데타 후 14개월이 지났음에도 곳곳에서 반군부 투쟁에 직면해있지만, 미얀마가 정상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얀마의 전통 설인 띤잔은 올해의 경우 오는 17일이다.

현지에서는 설날 나흘 전부터 이전 한해의 업을 씻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에서 전국적으로 물 축제가 벌어진다. 국경을 맞댄 태국의 전통 설 송끄란처럼,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새해의 건강과 소원 성취를 기원한다.

띤잔 물축제는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열리지 못했고, 지난해에도 2월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 이후 시민들의 '거부'로 사실상 유야무야됐다.

그러나 군정은 올해에는 띤잔 띄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양곤개발위원회(YCDC)는 최근 관영매체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고통을 덜어줄 수 있도록 활기찬 띤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대 도시 양곤의 시청 앞 광장에 대형 무대가 완성 직전인 점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해마다 물 축제 시작을 알리는 행사가 띤잔 연휴 시작일 오전에 양곤 시청 앞 광장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었다. 군정은 또 관영지 '미얀마 알린'을 통해서는 양곤 곳곳에 물을 뿌리며 새해맞이를 축하하는 무대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많은 시민들이 모이게 함으로써, 시민들이 군정을 지지하는 것은 물론 미얀마 내부도 정상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대외적으로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 설인 띤잔에 맞춰 2년여 만에 국제선 운항을 재개해 관광객을 받아들이겠다고 군정이 지난달 발표한 것도 같은 연장선상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최근 대학 입학시험을 치른 할레이(가명·17)는 지난 10일 기자에게 "친구들과 모여서 밥도 먹고 노래도 하며 전통 새해를 맞이하겠지만 군정이 만든 띤잔 행사에는 가지 말자고 우리들끼리 약속했다"고 말했다.

SNS에도 '저들과 싸우는 국민이 여전히 많은데 올해 설은 가족들끼리, 친구들끼리 조용하게 보내자', '국민을 죽이는 저들이 기획한 띤잔 행사에는 절대 참여하지 말자'와 같은 취지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 지인은 전했다.

현지 독립 매체 이라와디는 과거 띤잔 무대에서 흥을 돋워주며 적지 않은 수입을 올렸던 가수와 공연자들도 SNS에 잇따라 행사 불참을 선언했으며, 군정이 초대한 싱가포르의 유명 디제이도 공연을 취소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군부는 문민정부 압승으로 끝난 지난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았다. 이후 유혈 탄압 과정에서 국민 1천7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유엔 및 인권단체는 추산한다.

/연합뉴스